"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역량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SW가 제품의 차별화와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만큼 한국 기업도 SW 기술역량 강화와 SW 엔지니어 육성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SW에 강한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SW 산업과 오픈 소스 연합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에서 만난 릭 버그먼(사진) 회장은 "세상의 중심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다"며 SW 기술과 엔지니어,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W에다 SW를 덧붙여 서비스 기능과 경쟁력을 강화한 한국의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버그먼 회장은 "LG 스마트폰의 노크온 코드기능은 시냅틱스의 HW를 사용하지만 SW 컴포넌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문인식기능도 페이팔의 결제기능과 연동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매우 SW 지향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HW인 지문인식센서 자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전세계 많은 금융기업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시스템 전체를 구성하는 (SW적인)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외에 다른 분야도 SW가 중요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버그먼 회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스마트 기기와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SW적으로 스마트폰 터치보다 수천 배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물론 프린터, 보안 등 휴먼 인터페이스 SW가 중요해지는 분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W 기업이 SW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IBM의 사례처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봤다. 버그먼 회장은 "HW 개발은 여러 직원을 관리하는 수직적 역량이 중요하지만 SW 개발은 (개발자 한명 한명이 중요한) 수평적 구조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매우 뛰어난 기술업체로 발전하면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우수한 SW 리더가 나온다면 SW업체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HW와 SW는 큰 틀에서 매우 비슷하고 둘의 혁신 과정은 같다고 본다"며 "HW냐 SW냐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시냅틱스의 나아갈 방향도 얘기했다. 버그먼 회장은 "그동안은 노트북 PC 터치패드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사물인터넷, 그리고 지문인식과 같은 생채인식을 통한 보안인증에 매진하겠다"며 "한국 기업도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에 중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시냅틱스는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IT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고속성장 비결에 대해 버그먼 회장은 "인력의 70%를 엔지니어로 구성하고 총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며 "단순해 보이는 터치기술도 매우 복잡한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이 필요한 분야로 매끄러운 터치감을 위해 100여명의 SW 기술자들이 SW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경험(UX)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적인 투자를 단행해 UX팀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도 사용자 경험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를 먼저 명확하게 한 후 제품 개발에 나서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시냅틱스는
1986년 페데리코 패긴과 카버 미드가 세운 '뉴로 네트워크'라는 리서치 조직에서 출발했다. 설립 후 5년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뇌 작동방식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터치패드, 클리어패드, 포스패드 등 다양한 모바일 터치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중심의 혁신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마트폰 터치 시장 점유율 40%, PC용 70% 등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 분야의 1위 기업이다. 나스닥 상장회사로 시가총액은 3조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