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서경이만난사람][메인] 변양균 옵티스 회장

“정보화 넘은 초연결사회,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위한 국가 자원 배분 패러다임 바꿔야”

“규제를 불러오는 국가 R&D 예산의 기업지원을 노동시장 유연화 대책에 직접 써야”


“중산층과 실업자 주거·교육비 부담 낮추고 실업자 재취업훈련과 실험보험 대폭 확충해야”

“재별개혁은 투명한 정보공개로 해결하고 배임죄는 없애돼 내부자거래는 엄격히 규제해야”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co.kr


“산업화 사회를 지나 정보화 시대, 나아가 (IoT-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죠. 이제는 노동자의 편에 선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가가 기업에 지원하는 R&D(연구개발)예산 등을 직접 노동시장에 투입하는 등 국가의 자원 배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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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옵티스-쏠리드-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측의 팬택 인수를 자문하며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변양균(사진·67) 옵티스 회장 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찻집에서 3시간 가량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노무현 정부 중·후반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하고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사업 등을 한 경륜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작심한 듯 미리 준비해 온 도표를 여러 개 꺼내 보이기도 했다.

당초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계인집회에서 팬택 회생계획인가안이 통과될 경우 팬택 인수 청사진을 들으려고 했으나 최근 팬택 인수대금 납부 기일이 10월8일로 연기되면서 변 회장은 팬택건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인수가 마무리된 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고 지금은 좀 더 팬택 인수 이후 방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그의 한국경제 해법에는 팬택 인수 이후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힌트가 곳곳에 묻어 났다.

우선 변 회장은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정부가 기업에 자본(토지), 기술, 노동을 직접 지원하다가 80년대 중반부터 기술에 지원하는 식으로 간접지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노동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자원 배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되 실업자와 중산층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재취업이나 창업훈련 확대와 실업보험 증가에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간 19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중 상당부분이 민간기업에 간접지원되며 규제로 연결되고 있는데 이제는 R&D 예산을 포함해 많은 예산을 노동시장에 비선별적으로 직접 투입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게 변 회장의 소신이다. “정부가 R&D 예산을 기업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필히 규제가 생기고 집행과정에서 줄줄 새거나 비효율적으로 이뤄집니다. 오히려 서유럽 방식처럼 기업이 맘껏 뛸 수 있고 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는 이어 “국가 R&D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계획을 꾸리고 정부 로비에 집중하는 현 세태에서는 기업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변 회장은 “노동 유연성을 이야기하면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고용과 해고의 권리를 사용자의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 권리로 이해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스로 옮길 수 있고, 경력자들이 한층 수월하게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극단적인 노사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회장은 “농업사회의 지주들은 산업화 사회가 되면서 뒤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들이 메웠다”며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서 나타난 팬택이나 휴맥스와 같은 기업들은 산업화 사회 기업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오늘날 초연결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GE나 자동차, 철강사 등 기존의 제조업 강자들보다 더 커지고, 중국에서도 샤오미,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신흥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글로벌업체로 부상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ICT 등 가치와 기술에 중점을 둔 산업을 좀 더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체 제조공장은 없지만 혁신적인 기업경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애플을 예로 들었다. 제조에 치중했던 노키아의 몰락 사례도 덧붙였다.

변 회장은 또 “성장이 중요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며 케이블카 조성 등 소비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저성장 시대에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재벌이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까지 진출해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데, 출자총액제한제나 순환출자금지 등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지배구조나 가족들이 뭐하는지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언론과 국민이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내부자거래는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이 불만을 털어놓는 배임죄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중간에 두 번은 제값을 받고 대기업과 창투사에 팔아야 하는데 배임죄가 있으면 어렵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 이호재기자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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