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투신사 단기상품 유동성은 위험한가

대한투자신탁 채권투자부장 송길헌최근 투신사 단기공사채 펀드의 유동성 부족과 관련하여 장기채 편입비율을 제한하느냐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불안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단기형펀드의 환매가 일시에 집중될 경우를 가상하여 위기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채펀드 운용과 채권시장 매매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기본적 관점외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일부 언론의 우려처럼 환매가 일시에 집중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시중 단기자금의 잉여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신권에서 이탈된 자금(주로 금융기관의 단기 여유자금)이 재투자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투신사에서는 단기성자금 이탈에 대비하여 단기유동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고 이에 따라 CP 등 단기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투신권에서 이탈한 자금은 대부분 이러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될 것인데 이는 수익률 하락을 가속화시켜 투자 메리트를 감소시킨다. 결국 단기 금융상품 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장기채가 어느정도 편입되어 있는 투신상품에 그냥 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뿐 아니라 환금성, 안정성 등에서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환매는 상당부분 억제되거나 수익률이 높은 장기형펀드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오히려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집단환매를 유발시킬 수도 있으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은 장기채권 수익률의 급등 문제이다. 투신사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자산 투자비중을 늘리면 자동적으로 장기채 투자 비중이 줄어들게 되므로 장기채 수익률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단기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장기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장·단기 수익률 격차가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장기채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하여 다시 수익률 괴리가 좁혀지면서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게 되므로 균형수준을 이루게 된다. 특히 투신권에서 이탈한 은행권 자금이 대체 투자수단을 찾지 못하고 대출확대로 흘러가게 되면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장기채 투자수요는 더욱 증가하여 금리균형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차가 있으므로 그 기간 중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제약받는 등 일시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나 회사채 발행수요를 CP로 대체하면 자금조달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단기형 펀드에 장기채 편입비율을 제한하여 유동성에 여유를 두자는 감독당국의 방침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제한을 과다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일시에 시행할 경우 경제적 논리보다는 심리적 불안감 증대로 인해 환매가 급증하거나 수익률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다시 유동성 부족사태와 채권시장 마비 상태를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순차적 시행을 통해 불안심리를 조절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장기채 편입비율을 일률적으로 50% 또는 30%로 정하지 않고 현재 편입비율에서 매 월단위로 일정규모 줄여나가되 일정시점이 되면 전면 시행할 것을 예고하면 투신사에서는 전면시행을 대비하여 단계적 준비를 하게 되고 채권시장도 이에 적응하여 균형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으므로 시장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투신사 상품의 제시수익률은 점진적으로 계속 낮아지게 되므로 시중금리 하락의 걸림돌이라는 비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제시수익률의 하락은 결국 과도한 수익률 제시를 통하여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오는 관행도 억제시킬 수 있으며 그만큼 투신사의 단기 유동성 부족을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이와 함께 제시수익률 대비 실현수익률이 미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객(특히 법인고객)들에게 인식시켜 향후 확정부 금리입찰 등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시키는 노력도 투신사의 몫이 될 것이다. 한편 신설투신운용사의 단기자금 과다유치 및 유동성 부족 문제는 판매 증권사의 경쟁이 그 주요인이므로 이 부문에 대한 감독당국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현재의 판매수당제도를 유지할 경우 소액 개인자금 유치보다는 거액 금융기관자금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은 당연하므로 장기 안정적인 수탁고 유지는 기대할 수 없고 계속 환매자금부족의 불안이 지속될 것인 바 조속히 재검토 되어야 할 부문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투신사간 수익성과 안전성 경쟁이 아닌 외형 수탁고 경쟁에 휩쓸려서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타 금융기관의 운용을 대행해 주는 어리석음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투신사의 당면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투신산업이 국가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그것이 다시 투신사 고객의 수익을 도모해 주는 선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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