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증시는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7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함에 따라 50년 만에 한국증시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순히 주가가 1,140선을 넘었다는 차원이 아니라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접투자문화의 정착, 풍부한 수급, 우량기업의 대거 등장 등으로 선진형 증시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미ㆍ일 대세 상승장과 닮았다=국내 증시가 열린 것은 지난 56년 3월3일 대한증권거래소 서울시장(명동)에서 주식거래가 이뤄지면서부터. 당시 상장종목은 조흥은행과 저축은행ㆍ한국상업은행ㆍ한국전력 등 12개사 주식과 건국 국채 3종에 불과했으나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상장 기업 수는 1,5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1,000포인트 안착에 다섯 차례나 실패하는 등 증시의 질적인 발전은 지연돼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은 다르다”며 “미국ㆍ일본처럼 선진형 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50년 만에 한국증시의 새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80년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94.2% 오르고 90년대 미국 다우30지수는 309.1%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도 최근 3년 연속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며 2001년 초 520.95포인트에서 5년 만에 두배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증시를 둘러싼 경제 및 금융 환경이 80년대 일본, 90년대 미국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일단 한ㆍ미ㆍ일 3국은 거시경제가 상승 국면으로 진입한 게 공통점이다. 특히 경제구조가 비슷했던 80년대 일본 상황과 비슷한 게 증시에 고무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돼 경제성장이 4~5%대의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고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했다. 김재준 증권선물거래소 주식시황 총괄팀장은 “현재 한국증시의 흐름은 주가가 대세 상승기를 경험했던 미국ㆍ일본과 비슷하다”며 “앞으로 주식시장이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체질이 달라졌다=최근 국내 증시의 특징 중 하나는 외국인의 매도공세에도 주가가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매물을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기존 가입자만 매달 4,000억~5,000억원을 증시에 공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증시 체질이 튼튼해졌다는 얘기다. 이는 과거 미국ㆍ일본처럼 3~5%대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동자금이 은행권을 이탈, 증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증시의 개인투자비중은 1.8%포인트 낮아졌지만 기관의 투자비중은 1.8%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미국ㆍ일본처럼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주체로 떠오르고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으로 3가구 중 1가구는 주식을 보유하는 ‘국민 총주주’시대가 도래했고 일본은 80년대 ‘베이비붐’ 세대 등장 이후 닛케이지수가 1만선에서 3만9,000선까지 상승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상 최고점 돌파의 원동력은 저금리, 고령화시대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 기관 영향력 확대 등 수급 측면에서의 구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투자할 만한 기업도 많아졌다=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및 수익성 강화, 증시 투명화 등으로 믿고 투자할 만한 기업들이 많아진 것도 대세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령 600여개 상장사(금융ㆍ종합상사 제외)의 경상이익률의 경우 90년대에는 평균 4.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 11.2%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초우량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시가총액 10조원, 순이익 1조원을 넘는 ‘10ㆍ1 클럽’ 가입 종목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ㆍ한국전력ㆍ국민은행ㆍ포스코ㆍLG필립스LCD 등 11개에 이를 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의 전고점 기록일(94년 11월8일 1,138.75)에는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종목은 한국전력 하나였으며 순익 1조원이 넘는 기업은 없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과거 우리 기업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던 시절에는 장기투자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기업 체질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