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는 국세청의 통상적인 업무에 속한다. 탈세혐의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들이 그처럼 엄청난 탈세혐의를 받고있는데 대해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냥 세무조사가 아니라 일부 그룹의 경우 150명이 동원되는 특별세무조사다. 그룹내의 모든 돈흐름을 샅샅이 훑는 특별세무조사의 파장은 크다. 더구나 현 정부들어 처음이다. 과연 당국의 주장대로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IMF체제에서도 대기업들이 내야할 세금을 내지않고 편법증여가 있었는지 최대한 신속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그러나 이번의 특별세무조사는 그 배경과 관련, 다소 석연치않은 점이 없지않다. 세무조사는 그 시기와 방법이 주는 의미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혐의의 성격상 특별세무조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은 남는다. 정부는 서민대책에서 재벌개혁의 성과가 가장 유효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세무조사가 주로 증여 및 상속세 탈루를 겨냥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세무조사는 재벌개혁을 가속화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회생의 과건인 기업구조조정이 부진한 상황에서 전방위압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개혁은 세무조사로 밀어붙인다고 제대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과거 일부 기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혹시나 일부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의 배경에 괘심죄가 깔려있지 않나하는 의심도 없지않다고 들린다.
재벌개혁은 대주주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경영일선퇴진, 지분변경 등 지배구조개선까지 일거에 가능할지는 모르나 수년후 법정투쟁 등 심각한 휴유증에 휘말릴 수 있다.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인 일부 대기업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면 역시 지나친 초강수로 보인다. 재무구조개선이나 계열사매각 등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채권은행단으로 부터 재기불능까지 가능한 제재를 받게 되어있다. 이미 마련된 제도에 의해 일정에 따라 제대로 지키는지 감독만 잘하면 충분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게 되면 단기간내 서민층달래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벌때리기를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당국은 이미 공언한대로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가 개입됨이 없이 이번 세무조사에 임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