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네슬레 청주공장 직장폐쇄] “강성노조에 지쳤다” 脫한국 도미노우려

“노조의 불법 행동이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3일 자정을 기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는 한국네슬레의 생산부문 총책임자 로스 헤더링턴 공장장의 질책이다. 네슬레뿐 아니라 한국에서 사업하는 글로벌기업들의 상당수가 강경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에 지쳐 “못해 먹겠다”는 원색적인 목소리를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참여정부가 동북아 허브국가 건설을 주창하며 각종 외자유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장 바탕이 돼야 할 `코리아의 생산경쟁력`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 상당수 외국기업들은 이미 과다한 임금 상승 등으로 국내 공장이 원가경쟁력을 잃자 주문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리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은 국내 투자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9년 155억4,000만 달러에 달한 외국인 투자규모는 2001년 112억9,000만 달러, 2002년 91억 달러로 줄어들더니 올 해는 겨우 26억6,000만 달러(6월말 현재)에 그쳤다. 게다가 올들어 국내 외국인투자기업의 노사분규는 총 27건(KOTRA 집계)으로 이미 지난해 총 발생 건수 26건을 넘어섰다. ◇국내 공장 원가경쟁력 상실= 더 큰 문제는 매년 고율의 임금 인상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임스 불래식 한국오웬스코닝 사장은 “지난 96년 이후 평균 임금상승률이 10%대에 달하면서 전세계 공장 중 원가경쟁력이 1위에서 3위로 추락했다”며 “올해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시설 재투자에 대해 본사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동차 부품회사인 A사는 “현대자동차의 노사 협상에 맞춰 불가피하게 임금인상, 주5일제 근무제 등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채산성이 대폭 악화, 한국 투자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단 강성노조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이 없는 한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세금인하와 주거환경 개선 등을 하루빨리 현실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관성 있는 노동정책 시급= 외국인투자 기업들은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문화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웨덴계 음료용기 회사인 테트라팩 오씨안 클링스포 사장은 “한국 정부는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중재만 하려고 든다”고 비판했다. 에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도 “일관성 없는 정부의 노사정책이 외국 기업들의 한국투자를 망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카스기 노부야 서울재팬클럽(SJC) 회장은 “한국이 동북아 경제허브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정부가 노사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형욱기자,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관련기사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