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일본 A사 TV의 디자인이 알고보니 LG전자 닮은 꼴이어서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A사가 지난 1월부터 호주지역 등에 출시한 60인치급 프로젝션 TV. 이 제품의 앞면 디자인은 LG전자가 이미 의장등록을 마쳐 지난해 3월부터 시판중인 26~42인치급 LCD TV ‘LZ30’모델과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면 하단부분을 둥그스름하게 아크(arc)처리한 것이나 ▦투명재질을 쓴 점 ▦전면 스피커 등에 검정색을 배색한 점 등에서 일본업체의 제품이 LG전자 LZ30와 흡사하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 LG전자 역시 이 같은 유사점을 발견, 최근 일본 업체측에 공식 입장을 전달했으나 법적 대응은 않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 일본업체와 가전 등의 분야에서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법적대응으로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의장등록은 실용신안이나 특허와 달리 경쟁사가 원래의 디자인을 살짝만 바꾸어 베껴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소송을 해도 확실한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소위 ‘가로 본능 핸드폰’ 디자인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의장등록을 하고도 이후에 실용신안을 먼저 낸 삼성전자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일까지 당했지만 빠져나갈 구명이 많은 의장등록 제도의 맹점 탓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일본업체와 실익이 없는 소송을 하기보다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디자인 카피 방지를 위한 공조체제를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성숙한 태도로 평가된다”며 “이번 일본의 ‘베끼기’를 통해 우리 제품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된 것을 확인한 점 자체가 보이지 않는 소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