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가 더 당해야 인정받는 '정당방위법' 개정이 옳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 뇌사' 사태를 계기로 일명 '정당방위법'이 60년 만에 개정된다고 한다.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규정한 형법 21조의 '상당한 이유' '정황' 등 모호한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이 법 개정의 주요 방향이다. 또 특정 범죄 유형에 대한 방위는 정당방위로 추정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수사기관이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새벽에 자기 집에 침입한 50대 도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한 시민에게 춘천지법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정당방위에 대한 법원·검찰·경찰 등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가 국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이 이 사건뿐은 아니지만 국정감사에서도 도둑을 제압하는 데 사용된 '플래스틱 빨래건조대'가 흉기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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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그동안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8가지 요건을 적용해왔다. 상대방 보다 먼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고 흉기 사용은 안 되며 가해자보다 심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식이라면 낯선 사람이 침입했는데 흉기를 들었는지 여부와 자신과 가족을 해칠 의도가 있는지를 파악해 그 범위에서 방위를 해야만 정당방위가 성립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내가 당한 범위에서 대응해야 하고 이를 넘어서면 형사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국민 일반의 상식적 법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면에서 뒤늦게나마 정당방위 요건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법 개정 추진과 경찰청의 정당방위 수사지침 완화를 환영한다. 민주사회에서는 개인의 신변안전과 사유재산 보호 등 자위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특히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긴급피난 차원에서도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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