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레드'카펫과 '레드'콤플렉스

정치부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기자의 눈] '레드'카펫과 '레드'콤플렉스 정치부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오르는 계단에는 ‘레드(빨강)’ 카펫이 화려하게 깔려 있다. 행여 기자가 그곳을 지날 때면 의장대원이 즉각 ‘의원 전용’이라며 비켜가길 권한다. ‘레드’ 는 국회의원 특권의 상징인 셈이다. 본회의장에 들어서면 의원 발언대의 뒷배경도 ‘레드’로 장식돼 있다. 이는 권위와 신뢰의 심벌이다. 그러나 실제 국회의 모습은 이 같은 특권이나 권위ㆍ신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국회는 여야간 ‘레드’ 공방으로 심각할 정도로 경색됐다.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의 북한 노동당 가입 의혹사건을 둘러싼 정쟁으로 민생은 또 뒷전이다.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마무리한다고 임시국회까지 열었으면서 말이다.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은 “이 의원의 노동당 가입을 입증할 만한 팩트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악용, 이 의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정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꼼수”라며 ‘레드’ 콤플렉스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시국회가 열린 지 3일이 지났지만 예산안 처리는 ‘레드’ 공방에 파묻혀 전혀 진척이 없다. 정세균 예결위원장은 13일 “오는 17일까지는 예산 처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병석 열린우리당 예결위 간사도 “(한나라당이 계속 불참할 경우) 14일부터 단독으로라도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사안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이다.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7,000~8,000억원’ 정도의 감액을, 한나라당은 ‘2조원 적자국채 발행’ 정도에서 절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양당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접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드’ 공방으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양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든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샅샅이 밝혀져야 한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간첩 의혹은 우리에게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레드’ 공방에 묻혀 예산안 처리가 뒷전에 밀려서는 곤란하다. 두 문제는 분명 서로 별개의 사안이다. 국회의원들이 주어진 특권을 향유하는 것은 맡은 책임을 다했을 때에 한해서다. 그들이 ‘레드’ 카펫을 밟는 게 더 이상 눈에 거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4-12-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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