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신하는 정통부] <하> 빛과 그림자

"해외사업 열정" "국내현안 소극"<br>지상파 DMB 독일 진출 등 성과 돋보여<br>"인터넷종량제 등 민감사안 방관" 지적도

진대제장관(오른쪽)이 정통부직원들과 함께 IT-839 전략에 관해 논의 하고 있는 모습.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의 근면함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유학하던 시절 그는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까지 보냈다. 학비에 생활비까지 다달이 송금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도무지 상상이 안가지만 그가 일을 벌이고, 밀어 붙이는 것을 보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보통신부 안팎에서는 진대제 장관에 대해 “명석할 뿐 아니라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고 열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반면 진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 장관은 취임이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민간 기업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 굵직한 현안을 해결해주는 수완과 열정을 보였다. 진장관은 해외연구소 국내 유치, 지상파DMB 독일진출 MOU체결, 베트남 및 러시아 통신망 사업등 굵직한 현안을 앞장 서서 해결했다. 하지만 국내 현안에 대해서는 이런 열정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텔레텍의 수직계열화, 최근 불거졌던 인터넷 종량제, 800㎒주파수 재분배 논란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선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현안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도 하나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 나아가 정통부에 대한 평가는 업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동통신, 단말기, DMB, BcN 등 소위 IT839전략의 범주 안에 있는 분야는 정통부의 엄호를 받으면서 잘 나가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난 업체들은 ‘찬밥’ 신세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사장은 “언론은 진 장관 취임이후 국내 IT산업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잘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단말기와 반도체는 누가 장관을 해도 잘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장비업체의 관계자도 “진 장관 취임 후 사업환경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정통부는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 통신서비스, 하드웨어, 단말기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사업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정통부 내부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진 장관 취임이후 정통부가 환골탈태하면서 말단 조직까지 새로운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통부가 짧은 시간 동안 진대제라는 한 사람에 의해 변화했다”며 “그런 만큼 장관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체제가 유지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진장관은 “최근에는 직제 순환이 빨라져 업무에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정책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목표를 정하고 평가하는 등 업무처리를 프로세스화 해 장관이 바뀌어도 시스템에 의해 조직이 굴러가도록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IT코리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지금 진 장관 주도아래 정통부가 펼친 정책의 완성도를 따져보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진 장관의 정책과 신념의 성패는 아마도 그가 정통부를 떠난 후 IT산업의 성쇠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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