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보유한 GM대우 지분(28%)은 누구에게 갈까.’ 초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각공고가 22일 개시됨에 따라 산은이 보유한 또 하나의 매력적인 대상(GM대우 주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몸집을 줄여놓을 필요가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때문에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과 병행해 GM대우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산은 측은 이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매각제한 규정 등으로 현재로서는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입 희망자만 등장하면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2005년 GM과 매각 협상=산업은행은 지난 2002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로 매각된 GM대우(옛 대우자동차) 지분 28%를 아직 갖고 있다. 과거 대우자동차를 배드컴퍼니와 굿컴퍼니로 분리한 후 GM 측에 매각하면서 대출금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자동차회사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2005년 GM 측이 인수 의사를 밝혀 협상을 벌이기도 했지만 가격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 일찌감치 무산됐다. 지금은 GM이 경영악화로 GM대우 지분을 사들일 형편도 아니다. 문제는 산업은행 입장. GM대우의 대주주이면서도 그동안 경영에 개입하거나 배당을 통한 수익을 챙겨본 적이 없다. 매각 당시 상호 합의에 따라 GM과 산은 모두 5년간 배당금을 받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영화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산은이 GM대우 지분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고 있는 GM대우의 상황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GM 측에 매각된 후 내리 3년 영업적자를 냈던 GM대우는 2006년 3,356억원, 2007년 4,7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게다가 GM의 시보레 브랜드로 수출되는 물량도 매년 20~30%씩 늘고 있다. GM대우의 기업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매각제한 규정이 난제=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이 지분을 사갈 만한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산업은행과 GM이 2002년 맺은 ‘자동차 관련 기업에는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매각제한 규정 때문이다. 당시 규정에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는 물론 자동차부품 업체에도 지분을 넘길 수 없도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관련 기업은 아니지만 완성차 업체 대주주가 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업들이 매입 후보로 좁혀진다. 한때 업계에서는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등 제철업체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산은 측은 이에 대해 “철강사로의 지분 매각은 내부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철강사가 자동차 강판을 만든다 해도 그것은 부품이 아닌 원자재로 매각제한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민영화 전에 GM대우 지분을 처분하려고 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관련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