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융감독체계 제도개혁을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에서 드러난 감독 실패와 비리 등으로 금융감독원이 비난과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실 감독과 부패가 감독권 독점에 연유하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마녀사냥하듯이 금감원을 희생양으로 몰고 있다. 어찌 이것이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비록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이 금감원에만 있지 않지만 금감원의 잘못도 적지 않다. 급기야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외부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앞으로 감독제도와 관행의 개혁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이번의 저축은행 사태는 지금까지 물밑에 잠재해 있던 몇 가지 이슈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보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규제 실패와 감독 미비에 기인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후 주요국은 위기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 차원에서 금융감독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미국ㆍ영국 등은 거시건전성 강화를 위해 금융안정감시위원회와 금융정책위원회를 각각 신설하고 중앙은행의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별도로 설치했다. 그러나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 정책체계 구축 등 새로운 선진 감독체계에 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성과 독립성, 그리고 금융안정을 분담하고 있는 공공기관 간에 협력과 견제체제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금융당국과 정부ㆍ국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둘째, 현재 우리 금융감독체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기업종인 금융정책과 비인기업종인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어 금융감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실제로 감독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의사결정에 참여가 배제돼 있다. 이러한 금감원 직원들로부터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이번 특혜 예금인출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감독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소홀한가를 알 수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인사 전면금지, 금융감독업무 선진화, 비리 및 부패 근절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왕 금융감독체계에 손을 대는 이상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금융위원회는 정책업무를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에만 전문화해야 한다. 정책업무와 감독업무를 한 곳에서 수행하는 경우 감독업무는 필연적으로 정책업무로부터 독립성과 책임성을 훼손당하게 된다. 둘째, 금융감독체계의 이원적 기관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단일기구화하고 금융감독의 주체를 공적 민간기구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감독기구에도 중앙은행에 준하는 정도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금융당국간의 견제·균형 필요 셋째,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안정 책무를 혼자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독권은 일상적으로는 감독당국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하되 금융기관이 도산하거나 긴급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나 중앙은행과 일부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ㆍ중앙은행ㆍ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공공기관과 긴밀한 협력과 견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감독업무와 소비자보호업무를 한 기관에서 수행할 경우 필연적으로 소비자보호업무는 비인기업무로 소홀하게 취급된다.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감독업무와 소비자보호업무를 분리해 별도의 지배구조를 가지는 소비자보호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를 통해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러한 공공기관은 특별한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고결성을 가지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서 운영될 때 국가적 자산으로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신뢰를 상실한 기관은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감독당국이 실추된 신뢰를 되찾으려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뼈를 깎는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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