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생존위한 악전고투
'뉴 밀레니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출발한 2000년. 하지만 건설업체들에게 뉴 밀레니엄은 혹독한 시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건설업계는 수도권 난개발에서 11.3 기업퇴출에 이르기까지 1년내내 계속되는 시련으로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버거운 상태에서 악전고투했다.
한때 업계를 주도하며 이끌었던 동아건설ㆍ우성건설ㆍ㈜한양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퇴출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30여년간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 수차례의 부도위기를 넘기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계속한 현대건설 사태는 건설업계에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확산시켰다.
업계의 위기는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난다. 100대 건설업체중 법정관리ㆍ워크아웃ㆍ화의 상태에 놓여있는 곳이 37개사에 달한다.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살얼음판을 걷듯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처지.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건설업체수는 오히려 폭증했다는 점. 97년말 3,900개에 불과하던 일반건설업체가 연말에는 7,92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건설업면허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면서 이른바 '핸드폰컴퍼니' '페이퍼컴퍼니'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긴데 따른 것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위기속에서 괄목할 비약을 이룬 업체들도 있다. 삼성물산ㆍLG건설ㆍ롯데건설 등은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높은 순익을 내며 빛을 발했던 업체들이다. 그동안 민간수주사업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포스코개발 역시 최근 활발한 재건축 수주를 계기로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나선 케이스.
2000년은 건설업계에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며 변화하는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준 해였다.
정두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