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창조경제 국민운동 돼야


중국 명나라 왕수인이 창시한 양명학의 근본 테제는 '마음과 이치를 합해 하나로 하는 것', 즉 '심즉리(心卽理)'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고유한 양지(良知)야말로 우주의 본체인데 이 양지가 발현하는 곳에서 인식과 실천이 통일되는 것이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정부 정책개발 창의력에 성패 달려


창조경제에 대한 혼란도 앎을 통한 지행합일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해야 한다. 창조경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의 '양지(선천적 직관력)'에서 결정됐다고 볼 때 이 양지가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국민들과의 합일에도 못 미치는 것은 국가정책에 대한 전략과 실행을 담당하는 관료나 전문가 집단은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을 규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 이들의 자기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대국민 공감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거대한 국민운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자발적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꾸는 창조경제 꿈과 5,000만 국민 개개인의 꿈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며 하나의 목표를 향한 절차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정책에 대한 신뢰와 참여도가 높아진다.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총량을 늘려 일자리 창출과 국가 이익이 높아지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정책의 모임이며 그 각각의 정책들은 수많은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정책이 수만개의 프로젝트를 파생시키며 이는 절차 속에서 이뤄진다. 정부는 국가 비전을 어떤 절차를 거쳐 실현해나갈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절차 속에서 국민의 현재 꿈이 국가 미래 꿈의 선상에 있는 것인지 절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국민적 신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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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비전 공감을 이뤘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절차를 기반으로 추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계별로 각각의 목표와 추진 전략을 구분해 보다 명확하게 정책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와 과학기술의 융합을 시작으로 다양한 정책과 과학기술의 융합, 나아가 정책과 정책이 융합되는 단계를 통해 창조경제를 전략적으로 실현해간다. 또 계획부터 목표 달성까지의 절차를 수치화해 예측ㆍ관리ㆍ진단 가능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과수원ㆍ사과나무ㆍ사과를 각각 국정철학(창조경제)ㆍ국가정책(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ㆍ효과(일자리 창출)로 보자. 국가가 거대 국정철학이자 방향인 창조경제를 제시하면(과수원) 사회 각 분야에서의 정책(사과나무)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경제철학을 구현해낼 정책 개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고민 없이 바로 '효과(사과)'만 이야기함으로써 혼란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정책 개발에 얼마나 과감하고 창조적일 수 있느냐, 즉 정부 관료들의 정책개발 창의력이 창조경제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국민적 합의 아래 추진전략 마련을

정부가 큰 틀의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 모든 기관과 개인이 그 안에서 각자의 성장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며 파생해간다. 이렇듯 창조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반복되는 비전이다. 창조경제는 새마을운동보다 파생력이 크고 미래 우리 국가가 세계 초일류 선진국으로 위상을 굳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개념을 명확히 규명하고 국민적 합의하에 추진 계획과 실행 전략을 추진해간다면 창조경제는 우리 시대의 철학이자 차세대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동력이 될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은 집 앞 산을 옮기겠다며 자식 손자들과 함께 삼태기에 흙을 담아 실어 날랐다. 친구가 비웃자 우공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늙었지만 자자손손 대대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을 거네." 창조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어떤 마음으로 구현해나가야 할지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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