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뮤지컬 '원스'

치장없이 날 것 그대로… 감성 적시는 어쿠스틱 무대

화려한 세트·특수효과 대신 잔잔한 음악과 노래 돋보여

가이역의 윤도현과 걸역의 전미도가 직접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화려한 세트 전환도, 특수효과도 없다. 흥을 돋울 빠른 비트의 음악과 격렬한 안무는 더더욱 없다. 아일랜드의 펍(선술집)을 재현한 단출한 무대에선 그러나 그 어떤 장식으로도 대체 못 할 자신감이 느껴진다. 무대를 채우는 건 오로지 잔잔한 음악.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와 '목소리'라는 또 다른 악기는 감미로운 화음을 빚어내며 관객의 감성을 적신다. 치장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무대는 그 자체로 치유와 감동이다.

지난 3일 개막한 뮤지컬 '원스(Once)'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지난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거리를 떠도는 비관적인 기타리스트 '가이(guy)'와 체코 이민자 '걸(girl)'이 우연히 허름한 펍에서 만난 뒤 음악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내용을 그렸다. '남녀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둔 영화의 단순한 플롯은 귀에 감기는 넘버와 개성 강한 캐릭터, 소소한 유머가 더해져 한층 풍성해졌다.


승부수이자 주인공은 음악이다. 재미있게도 원스는 음악을 강조하기 위해 뮤지컬의 기본인 오케스트라를 없앴다. 전문 연주가들의 웅장한 반주를 대신해 12명의 배우 전원이 기타, 첼로, 바이올린, 아코디언, 우쿨렐레, 만돌린 등 15종의 악기를 손에 쥐었다. 이들은 각각 한 개 이상의 악기를 다루며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 '리브(Leave)' 등 영화 속 명곡을 연주한다.

관련기사



그렇게 연기와 연주는 서로의 일부가 되고 음악은 작가가 의도했던 대로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선다. 전자음향이나 코러스 없이 만들어 낸 어쿠스틱한 선율은 원스 특유의 맛과 멋을 살려낸다. 이번 작품이 뮤지컬보다는 '음악을 소재로 한 연극'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주와 연기의 경계 없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내공도 단연 돋보인다. 가이 역의 윤도현·이창희, 걸 역의 전미도·박지연을 비롯해 매 공연을 꾸려가는 12명의 배우는 지휘자 없이 서로의 호흡에 기대 합주를 펼치고, 이에 맞춰 연기와 노래까지 선보인다. 피아노와 드럼, 테이블 등의 소품 운반을 암전이나 무대 전환 없이 군무로 펼쳐 보이는 것도 배우의 몫. 매끄럽게 연결되는 동작과 합주는 애초 이 작품이 겉치장을 걷어내고 승부수를 띄운 자신감의 근거를 제대로 보여준다. 독창적인 연출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미니멀리즘의 진수. '최고'라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다.

특별한 체험은 덤이다. 공연 20분 전부터 배우들의 민속악 연주가 펼쳐지고, 무대 위 펍에선 실제로 공연 전과 인터미션 시간에 음료를 판매한다. 내년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