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STI의 과학향기] 공작새의 깃털은 흰색?

각도 따라 색상 변화 '오팔 구조' 광소자·신약개발등 활용도 높아


공작새 깃털은 파랑, 빨강, 녹색 3가지다. 그러나 공작새 암컷뿐 아니라 사람마음까지 사로잡는 비밀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밝게도 보이고 어둡게도 보이는 공작새 깃털의 색상 변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깃털을 분해하면 흰 가루만 남을 뿐 예쁜 색상의 가루는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답은 오팔구조 때문이다. 오팔구조란 하나의 구슬을 여섯 개 구슬이 둘러싸고 그 위에 세 개, 다시 그 위에 한 개씩을 쌓아올린 구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보석 '오팔'이 이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팔구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팔은 아주 작은 구슬이 뭉쳐져 만들어진 보석인데, 이 구슬의 크기가 제 각각이라서 반사 시키는 파장이 각각 달라져 다양한 색을 만든다. 특히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는 들어온 빛이 구슬과 빈 공간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면서 빛의 파장을 중첩 시키기 때문에 더 뚜렷한 색상을 나타낸다. 이때 중첩되는 빛의 파장이 짧으면 파란색을, 길면 빨강색을 띠며 중간이면 녹색으로 우리 눈에 비친다. 공작새 수컷이 암컷을 향해 온몸을 떠는 것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의 향연으로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오팔구조를 이용한 활용도는 상당하다. 자동차 색상이 지루하다면 오팔입자로 된 페인트를 칠하면 각도에 따라 자동차의 색이 바뀐다. 또 광자회로를 구성하는 초고속소자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다양한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파장의 빛을 반사 시키도록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름 0.1마이크로미터(μm)의 입자와 그보다 더작은 나노 입자들을 지름 50μm의 물방울에 넣고 물을 증발시키면 스스로 규칙적인 오팔구조를 만든다. 이들 결정은 반도체의 성질을 갖고 있어 '나노트랜지스터'의 역할을 한다. 앞으로 손톱만 한 반도체칩에 실 타래처럼 엉킨 회로망에서 빛이 전자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역전된 오팔구조'라는 것도 있다. '역전된 오팔구조'란 구슬모양의 입자들이 배열된 빈 공간에 인위적으로 실리콘을 채우고 구슬이 차지하던 공간을 없앤 것이다. 마치 금속 조형물을 만들 때 거푸집을 만드는 것처럼 오팔구조의 거푸집을 만드는 것이다. '역전된 오팔구조'는 오히려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보다 훨씬 더 분명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작새의 깃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21세기의 초고집적화를 가져올 광소자의 개발과 신약개발과 예방을 위한 의료분야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보물 창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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