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후약방문

“미수보다 신용거래가 더 위험합니다. 개미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빌려서 투자할 수 도 있는 것 아닙니까.” 최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에 신용거래 한도 축소를 권고하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식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연일 신용거래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갑작스러운 조치’라고 볼멘소리를 하면 반대편에서는 ‘깡통을 안 차봐서 겁이 없다’며 맞받아친다. 거래 증권사의 신용거래 제한으로 자금줄이 막힌 투자자들은 새로운 증권사 물색에 나서기도 한다. 신용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이번 조치로 인해 매물 부담이 커지고 그에 따른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금감원의 조치에 대한 불만은 증권사 쪽에서도 터져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는 금융 당국이 키운 것 아니냐. 그래 놓고 지금 와서 갑자기 모든 책임은 증권사와 투자자들에게 있다는 식”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신용거래 잔액이 7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 당국이 부랴부랴 소화기를 꺼내 들었지만 주식시장의 투자 분위기만 어수선해졌다. 사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물론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신용거래가 투자의 한 방법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그런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신용거래 규모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분명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yhchung@sed.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지켜볼 때 ‘사후약방문’ ‘병 주고 약 준다’ 등의 속담이 자꾸 생각나는 건 왜일까. 금감원은 신용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년도 안 돼 신용거래 축소 조치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9월 신용거래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후 12월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고 2월부터는 신용거래 연속 재매매도 허용했다. 또 이달 초 신용거래 규모가 5조원을 돌파했을 때까지만 해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금융 당국이 구체적인 신용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더라면 개인 투자자들이 받는 충격과 금융 당국에 대한 불만이 지금보다 적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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