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부채 사이클의 정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은 부채(debt)시장과 연관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저금리 현상이 오래 지속된 후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 큼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1970년대에는 물가상승률이 명목금리보다 높은 탓에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중남미 국가들의 상업차관 규모는 1970년 76억달러에서 1982년에는 1,360억달러로 12년 만에 18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977년 7%였던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1981년에 14%까지 상승하면서 1982년 8월에는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국가에서 외채 문제가 발생했다. 이 시기에 단기조달·장기운용을 하던 미국의 저축대부조합도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2년간 9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1980년대 초부터는 긴축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금리도 줄곧 하락했다. 14%대의 금리가 1986년 중반에는 7% 이하까지 내려갈 정도였다. 1987년에는 장기금리가 9%대로 오르면서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문제가 재차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뒤이어 금리를 인상한 일본을 비롯해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3국이 위기를 맞게 됐다. 일본은 미국 달러화 강세를 막기 위한 '플라자 합의' 이후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985년 5%에서 1987년 2.5%까지 낮췄다가 1990년에는 6%까지 올렸다. 북유럽 3국도 마찬가지로 1989년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25~50% 하락할 정도였다.

관련기사



1990년 초부터 금리는 다시 하락해 9%에서 1993년 9월에는 5.4%까지 하락했다. 한동안 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1994년 2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조치로 인해 연말까지 장기금리는 약 8%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때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오렌지 카운티가 파산하고 멕시코는 급기야 채무 불이행 선언을 했다.

2000년 초반에는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디스인플레이션)'으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수수께끼라고 칭할 정도로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장기금리는 7%에서 3.5%로 곤두박질쳤다. 2006년에는 미국 가정의 70%가 주택을 보유하게 됐다. 2005년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2008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현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조금 더 길게 보면 1980년부터 35년간 금리가 하락한 상황에서 형성된 부채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부채에 익숙해졌고 저금리에 상응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부채 이자지급액이 늘지 않기 때문에 부채 증가에는 둔감하다. 현 금리수준은 장기금리 하한선인 2%를 하회하고 있다. 독일 채권시장은 이틀 만에 금리가 0.32% 오르기도 했다. 미국 정책금리는 연말께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1~2년 내 다른 나라들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가 부채 사이클의 정점에 도달해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