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역적자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통상마찰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양국의 정치적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특히 위앤화 저평가에 대한 미 제조 업체들의 불만이 최근 극에 달하면서 현실화 될 공산이 더욱 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소원해졌던 미-중간 정치적 관계는 9ㆍ11 테러 이후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점차 회복돼 왔으며, 특히 후진타오의 정권 이양을 계기로 양국간 화해무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돼 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북한을 다자회담으로 이끌어 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후진타오 주석을 개인적으로 추켜 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급증, 어렵게 조성된 양국간 정치적 동반자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002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030억달러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으며, 이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27% 정도 늘었다.
이런 무역 불균형 문제는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미국 제조업계에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최근 3년간 27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으며, 이로 인해 업체들은 부시 행정부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거센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불구, 농산물, 금융서비스 등의 개방 수위가 여전히 낮으며, 특히 위앤화를 고의적으로 저평가해 무역 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한 미국 업체들의 특허권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부상을 우려,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국 제조업계의 위협이 지난 60~70년대 일본의 부상 당시 상황을 재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부당하게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중국산 저가 상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조만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바로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산 수입품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으로 알려진 섬유업계의 경우 중국제품이 불법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왔다며 지난주 중국산 편물, 원단, 장갑 등의 수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자국내 자동차 산업의 보호를 위해 완성차 수입을 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시 행정부 경제 정책 홍보차 업계를 순방하는 자리에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위앤화 재평가를 위한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를 언급, 미국이 일단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