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하 이 홀!] 전북 군산CC 레이크코스 8번홀

샷 할땐 헉! 풍광엔 와! … 두 얼굴의 괴물홀

호수가 둘러싼 아일랜드 그린… 개장 후 8년간 24만개 공 수장

바람에 순응하고 마음 다스려야

코스 중간 섬 정자서 잠시 쉬면 여름엔 백로·겨울엔 청둥오리 떼

사계절 정취에 흠뻑 취할수 있어



이 호수에 그토록 많은 골프공이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린 사면이 물이라 바람이 불면 속수무책으로 물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볼 수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갯벌을 메워 코스를 만든 까닭에 호수에 빠진 볼은 바닥 뻘에 묻힌다. 개장 이후 한 번도 수거한 적이 없어 24만개의 볼이 잠들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저 괴물 홀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시사철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이 홀은 다른 아일랜드 홀들과 확연히 다르다. 특이하게도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중간에 섬이 하나 더 있어 2개의 다리로 연결됐다. 그 중간 섬에 있는 정자가 명물이다.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여름에는 수백 마리의 백로를 볼 수 있다. 물속에는 언제나 셀 수도 없이 많은 숭어들이 노닌다. 소량의 염분 때문에 물이 얼지 않아 겨울에는 청둥오리 떼가 몰려든다. '사인(웨이버)'을 받을 경우라도 앞 팀 플레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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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스포츠인 골프의 참맛도 가르쳐준다. 강풍 속에 열린 2011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볼빅·군산CC 오픈 2라운드에서 A 선수는 이 홀에서 티샷을 5차례나 물에 빠뜨려 13타를 적어내고서야 다음 홀로 갈 수 있었다. 바람은 벙커나 나무처럼 코스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자연에는 순응하고 마음은 다스려야 한다는 소리 없는 교훈에 귀 기울여야 한다.

1벌타를 받고 치는 '해저드 티'는 공정하다. 많은 아일랜드 홀이 경기 진행을 위해 해저드 티를 그린 주변에 만들지만 이곳은 중간 섬에 설치해 3타째도 물을 건너 쳐야 한다. 그린에 떨어진 뒤 물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조건이 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공략 요령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프로골퍼들은 순풍일 때는 번호 하나만 짧은 클럽을 잡고 맞바람일 때는 서너 클럽까지 길게 잡으라고 말한다.

군산CC는 총 81홀(대중제 63홀·회원제 18홀)로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골프장이라는 것 말고도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정읍코스 3번홀은 한국 유일의 파7홀이면서 최장인 1,004m짜리 '천사(1,004) 홀'이다. 2007년과 2009년에는 낮이 가장 긴 하짓날 각각 하루 73홀과 75홀을 도는 골프광들의 기네스 라운드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최저 이용료도 빼놓을 수 없다. 올겨울 그린피는 대중제 4만5,000원, 회원제 6만5,000원까지 내려갔다. '노 캐디' 라운드도 일부 실시하고 있다. 골프대회 유치와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골프 대중화라는 설립 취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홀에 양잔디를 식재해 사철 푸른 이 골프장의 페어웨이처럼 군산CC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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