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번호이동성 열전] 태풍일까 미풍일까 엇갈리는 시장전망

`메가톤급 태풍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기존 시장 판도에 미치는 파괴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마케팅비용 증가가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시장파이 커지나=제도시행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입자가 증가, 시장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시각과 이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원은 “이통3사의 마케팅비용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이통사 가입자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영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이통3사가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 이통가입자가 순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승교 LG증권 연구원은 “단말기보조금을 후발업체에 허용할 것인가가 주요 변수인데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통3사의 비용만 증가하고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판도 바뀌나=후발사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전체적으로 현 시장구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의 경우 SK텔레콤 고객만 KTF나 LG텔레콤으로 이동할 수 있어 SK텔레콤의 점유율이 다소 낮아지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 가장 변화가 많을 것”이라며 “단말기보조금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1.5%포인트 감소, KTF는 0.9%포인트 증가, LG텔레콤은 0.6%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점유율 변화가 현재의 판세를 뒤집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용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업체별로 요금차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단말기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SK텔레콤의 신규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발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는 현재의 제도로는 이동통신시장에 큰 판도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외국사례는 반반=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한 나라들의 경우 각국의 상황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지난 11월24일 이 제도를 시행한 미국의 경우 예상과 달리 고객 이동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선발사업자로 가입자가 몰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아날로그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유럽형이동전화(GSM)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후 매일 8만여명 정도가 가입자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산시스템의 문제로 번호이동 처리시간 적게는 3~4시간에서 많게는 3~4일까지 소요돼 소비자들의 불편을 산 것도 이 같은 원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또 단말기 보조금을 받으며 소비자들이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즉각적인 번호이동을 어렵게 했다. 반면 지난 99년 3월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한 홍콩은 3년만에 전체 700만 가입자 가운데 500만이 회사를 옮기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동일 방식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다 시장이 포화된 좁은 영토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번호이동 제도의 파괴력이 막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는 홍콩과 같지만 단말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상황이 유사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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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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