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한 번 재정정책에 대한 훈수를 뒀다. 지난 4월 '재정 역할론'을 주문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 역할을 강화하려는 고심의 결과로 해석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년도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비효율을 줄이고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로 예산을 많이 지원하도록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재정운용으로는 경기회복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셈이다.
통화당국 수장이 재정운용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4월에도 이 총재는 "추경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받자 정부에 공을 떠넘긴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