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불량주택 재개발 관련 회의 참석차 영국을 다녀왔다. 영국은 우리나라 같이 쓸만한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택은 개수, 보수 또는 리모델링 등을 시행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100년 이상 사용한다.
이는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영국인의 의식때문일 것이다.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20년이 경과하면 주택을 헐고 재건축을 시행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영국은 주택뿐만이 아니고 일반건물의 보존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추진한 `테이트 모던 겔러리(Tate Modern Gallary)`이다. 런던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한 것이다.
테임즈강변 센인트 폴 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갤러리는 발전소를 개조한 것이다. 이 발전소는 1947년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로 건설되었다. 그 후 1963년 기름을 사용하는 발전소로 증축되었다. 굴뚝의 높이가 100미터나 되는 대형 발전소이다. 1981년 석유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경제성이 떨어져 발전소는 폐쇄되었다. 1990년을 전후하여 테이트 갤러리가 발전소를 매입하게 된다. 이 건물은 영국의 유명한 스콧(Scott)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보존하기로 결정하였다.
발전소를 7층 건물로 개조하였고 이에 소요된 비용은 1억 3,400만 파운드(2,680억원)이다. 아마도 새로 짓는 것 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영국정부도 5,000만 파운드의 복권자금을 지원하였다. 참고로 테이트갤러리는 테이트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장품과 재산을 기증하여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고 전국에 3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제2도시인 버밍험에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버밍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우편집중국을 주상복합 건물로 전환한 것이다. 유럽 최대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우편산업이 쇠퇴하고 도심이 확장됨에 따라 운하주변의 건물이 성장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규모는 4만 2,000평이며 소요된 비용은 1억 5,000만 파운드(3,000억원)이다. 3층 규모의 건물을 1층은 상가, 2층은 업무용, 3층은 주거용으로 전환하였다.
특히 1층에는 BBC 방송국 스튜디오, 2층에는 BBC 버밍험 방송국을 유치하여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상의 2가지 사례는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고 기존 건물을 활용하고 있는 영국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하겠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