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진이 글로벌 특허소송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첫 공식 협상에 돌입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특허소송 타결을 위한 공식 협상에 들어갔다. 양사 최고경영진이 특허소송 협상을 위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최 부회장과 쿡 CEO는 미국 법원 산하 소송외분쟁해결기구(ADR)가 지정한 샌프란시스코법원에서 첫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협상 직전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양측의 전격적인 회동에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자 인근의 다른 법원이나 법률사무소(로펌)로 협상 장소를 바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미국에서는 법원의 중재로 소송 당사자가 협상에 나설 경우 법원의 허락을 얻어 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 양측의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신 등을 종합해보면 첫 회동에서는 서로 간의 입장 차만 확인했으며 22일 양측이 다시 만나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중재로 협상이 진행된 만큼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법원의 협상 권고를 거부하면 향후 판결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분석이다. 앞서 최 부회장과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도 지난 20일 출국에 앞서 기자와 만나 "교차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협상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애플의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해 이번 협상이 원론적인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완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와 부품 공급업체가 특허소송을 벌이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지만 완제품업체끼리의 소송은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애플은 모토로라ㆍHTC 등과도 비슷한 내용으로 글로벌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하고만 전격적으로 합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도 양사가 극적인 타결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티브 헨리 울프그린필드앤삭스 변호사는 "첨예한 평행선을 달린 양측의 주장이 이틀 만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도 "통상 본안소송을 앞두고 재판부가 양측 수장이 만나도록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7월30일 미국 새너제이지방법원에서 본안소송에 돌입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사 CEO 간 만남에서 특허소송 외에 반도체ㆍ액정화면ㆍ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부품 공급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