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난 장관될 자격 있나"

“나도 장관 후보로 오르면 걸릴 거 많아요. 부동산도 걸리고 위장전입도 한 적 있으니까”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과의 술자리 안주는 단연 ‘난 장관이 될 자격이 있나’이다. 얼마 전 만난 사장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으며 얘기하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의 경우 부동산은 누구처럼 40건이나 투기한 것은 아니지만 때맞춰 집을 넓혀가기만 했는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집값을 4~5배 불려줬다.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집주소를 친척 집으로 옮긴 적이 있으니(결국 그 학교에 배정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 또한 위장전입이다. 친척들의 땅 문제로 명의를 빌려준 적도 있어서 자긴 장관 되긴 틀렸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나라든 기업이든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할 만큼 일솜씨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CEO 출신으로 국정운영을 함께 할 ‘베스트오브베스트’를 선보이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첫 인선에 국민들의 실망이 클 만도 하다. 대선후보 시절 그의 측근들조차 “힘들면 그만해. 당신 말고도 할 사람이 줄을 섰어”라는 농을 주고받을 정도로 그의 주변엔 일할 사람이 넘쳐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동산 투기부터 논문표절까지 줄을 서있는 것은 인재(人才)가 아니라 인재(人災). 그나마 걸러냈다는 사람이 부동산 40건에 투자할 정도면 탈락한 이는 400건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일견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남들 사는 대로 살았을 뿐인데 장관 못 하겠더라”는 말에도 새겨들을 부분은 있다. 과거 밀실인사로 요약됐던 고위공직자 인선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투명해지는 동안 사회적 인식은 제도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새 정부가 건국 60년을 맞아 출범식에서 약속한 ‘선진화의 원년’ 그 출발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가 인식 못해도 세상은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장관들 이불 속까지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게 된다니까요”라는 그 중소기업 사장의 말에 오늘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내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