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일본 대지진과 유럽ㆍ미국의 채무위기 등 글로벌 경기가 악재로 얼룩진 와중에도 구찌,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은 두자릿 수의 실적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로 하반기 전망도 낙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명품 업체들은 아시아 부자들의 소비 증대에 힘입어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찌, 이브 생 로랑(YSL)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패션유통업체 PPR그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올 상반기 총 매출액이 72억2,000만유로(10조870억원)에 달해 전년동기대비 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4억6,600만유로로 23.8% 증가했으며 주당순이익은 16.3% 오른 3.56유로로 집계됐다. 특히 PPR의 대표 브랜드인 구찌와 이브 생 로랑(YSL)이 이 같은 실적 호조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창업 90주년을 맞이한 구찌의 상반기 총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 늘어난 14억7,000만유로에 달했으며, YSL의 매출액은 30%나 증가했다. PPR의 프랑소와 앙리 피노 최고경영자(CEO)는 "명품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시아 시장의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경쟁업체인 LVMH그룹도 세계 경기와는 무관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상반기 실적보고서에서 LVMH의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른 103억유로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순이익은 22% 늘어나 22억유로를 기록했다. HSBC의 명품분석가인 안토인 벨지는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갑부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소비가 명품 브랜드의 실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시장에 대한 명품시장의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PPR은 상반기 총 매출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이 전체의 23%를 차지했다며, 3ㆍ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격히 위축된 일본 시장에서의 부진을 중국의 부자들이 만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2011년 세계 명품시장 동향 조사에서 "2011년 전세계 명품 판매액이 1,850억유로에 달해 2010년의 1,720억 유로보다 8% 정도 늘어날 것"이라면서"특히 중국에서의 판매액이 25%나 늘어나 명품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LVMH와 PPR 등 명품업체들은 아시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얼마 전 세계 최초로 인청공항 면세점에 새 매장을 열었으며, 싱가포르에도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PPR도 YSL의 판매실적이 부진한 나라의 5개 매장의 문을 닫는 대신 시장이 확대되는 신흥국에 5개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