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패키지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판단이 포스코그룹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부패키지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한 포스코 주가는 앞으로 포스코에너지 등 비상장 우량 자회사의 기업공개(IPO)에 맞춰 상승 계단을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상장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047050)과 포스코캠텍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는 전 거래일 대비 1.71%(5,000원) 오른 2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 그룹주도 함께 상승했다. 권 회장의 매각 부인설에 대우인터내셔널이 6.45% 상승한 3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포스코플랜텍(051310)(1.93%), 포스코켐텍(003670)(1.33%)도 일제히 올랐다. 포스코ICT(-0.13%)와 포스코엠텍(009520)(-0.89%)만 소폭 하락했다.
이날 포스코그룹주의 동반 강세는 지난 24일 권 회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져야 할 재무부담이 인수했을 때 얻어지는 미래 수익보다 더 커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인수 포기 이유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권 회장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동부패키지의 경우 값어치가 없는 자산으로 권 회장이 산업은행의 압박에 이끌려 인수를 검토했으나 결국 회사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포스코는 이미 계열사로 동부제철과 같은 사업을 하는 포스코강판(058430)이 있고 포항에 있는 포스코강판과 인천에 있는 동부제철 사이에 거리가 멀어 물류비용 절약 등의 차원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일단 시너지가 없는 데 돈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동부패키지 인수 포기를 떠나 철강업황 회복, 재무구조 개선 등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은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쪽의 과잉이 여전하고 국내도 지난해부터 현대제철의 제3고로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물량 부담이 여전하다"며 "수요 자체도 아직 회복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급격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 연구원은 "건설·조선 등 전방산업 업황 회복의 수혜를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철광석 가격이 많이 빠졌다는 점에서는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철강 업황 회복보다는 포스코의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백 연구원은 "포스코의 경우 앞으로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여전히 바닥권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포스코에너지의 IPO 등 비상장 우량 자회사의 IPO를 통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으면 포스코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도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포스코특수강 등 비상장 회사를 상장시켜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차입금을 상환하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주가도 현재보다 20% 정도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봤다.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 등 자회사의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백 연구원은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 인수로 액화천연가스(LNG)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고 포스코건설은 건설 업황 자체는 좋지 않지만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내는 등 건설사 중에서는 우량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켐텍·포스코강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그동안 매각이나 분할 등에 관한 여러 소문이 정리되지 않아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며 "24일 권 회장이 이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도 투자는 이미 다 끝났고 내년부터 이익이 들어오는 구조"라며 앞으로의 실적에 대해서도 밝게 내다봤다.
포스코켐텍은 중장기적 성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혜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주가가 크게 올라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내화물 판매 및 생석회 판매 등 기존 사업 부분의 실적이 탄탄한데다 신규 사업인 코크스 사업의 이익이 내년부터 가시화되는 등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고 분석했다.
포스코강판에 대해서는 철강업이 여전히 좋지 않아 실적 측면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