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는 할리우드에서 발행되는 쌍벽의 연예전문일간지다. 이들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만큼 두 신문간의 경쟁도 치열한데, 버라이어티가 부수와 권위면에서 할리우드 리포터를 다소 앞지르고 있다.그런데 지금 할리우드 리포터가 이 신문의 고참칼럼니스트에 대한 동료기자의 고발성기사로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신문의 노동문제 담당기자 데이빗 롭이 얼마전 지난 26년간 독자들의 큰 인기를 받아온 사교계칼럼 '멋진 인생'(The Great Life) 의 필자 조지 크리스티의 도덕성을 묻는 기사를 쓴 데서 비롯됐다.
롭은 크리스티가 영화 제작사들과의 친분을 이용, 영화에 출연치 않고도 나온 것처럼 꾸며 영화배우노조(SAG)의 건강과 은퇴연금 수혜자격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크리스티가 지난 2년간 자기 친구인 제작자가 공짜로 제공한 사무실에서 글을 썼으며 크리스티는 그동안 이 제작자의 이름을 자기 글에 무려 11번이나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는 이에대해 자신의 영화출연은 사실로 자기가 나온 장면이 잘라져 나갔을 뿐이고 또 친구가 제공한 사무실을 쓰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그런데 롭의 기사는 신문발행인 로버트 다울링의 지시로 게재되지 않았는데 이에 분개한 롭은 지난 4월말 사표를 내던졌다. 롭이 사표를 쓰자 그의 직속상관들인 아니타 부시부장과 영화담당국장 베스 래스키도 신문사 윤리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회사를 나갔다.
다울링이 롭의 기사를 깔아뭉갠 것은 크리스티의 칼럼이 할리우드에서 누리는 인기와 영향력때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한편 롭은 퇴사후 인터넷을 통해 자기 글을 보도하고 "암이 발생했을때 빨리 손을 안쓰면 암세포가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대학원의 탐 골드스타인교수는 "신문사내에서 윤리가 해이해졌을때는 그것을 밝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특혜를 거래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신문사의 신뢰성을 저해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늘 중절모에 보우타이를 매고 다니는 크리스티는 과거에도 두차례 윤리문제로 법정소송을 당했었다. SAG는 이번 문제에 관해 크리스티와 그에게 특혜를 준 제작사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타 부시에 의하면 크리스티는 할리우드 파티칼럼리스트로서 펜을 마구 휘두르며 비윤리적이요 비정상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티는 제작사로부터 많은 고가의 선물을 받았으며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대접이 소홀한 영화사지원들을 사정없이 모욕하는가 하면 시사회에 갈 때면 스튜디오에 리무진을 대기시키라고 요구하고 또 자기 칼럼에 사진이 나오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선정한 사진사를 고용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편 크리스티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다울링은 뒤늦게 자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기한 크리스티의 칼럼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기자를 보고 무관의 제왕이라고 일컫는데 아마도 조지 크리스티는 스스로를 '중절모의 제왕'쯤으로 생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