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위해 노사 뭉쳤다/95·96년 연속파업 ‘경영위기’ 겪어/사측 경영설명회 등 자신감 심어줘/3년만에 흑자 1억5,000만원 성과지난 10일 상오 10시. 경기도 화성군에 위치한 두산기계의 대강당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두산기계 노동조합이 임시총회를 소집, 98·99년도 임금교섭권을 회사측에 일임한다는 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무교섭뿐 아니라 무쟁의도 포함돼 있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고 회사를 따를 것인가, 과거처럼 회사와 맞설 것인가. 쉽잖은 결정을 앞에두고 조합원들은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두산기계는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강성 노조. 95·96년에 연속 파업을 벌여 경영회복이 의문시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특히 지난해는 두달 가까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창원공장에서도 동시 실시한 이날 투표에서는 1백90명의 조합원 가운데 1백75명이 참석해 찬성 93명(53%), 반대 81명(46%)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1일 취임한 김학섭 위원장이 흑자달성과 두산기계 공동체 건설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김위원장은 선출후 회사의 흑자기조를 뿌리박는데 노조가 앞장서자고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회사측도 7월28일부터 3일간 전사원을 상대로 상반기 경영설명회를 개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1% 늘었고 3년만에 1억5천만원의 흑자도 낸 것이다.
노조원들은 지난 2월 올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회사측에 일임하고 흑자달성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전념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이같은 공감대가 결국 위원장의 임기기간인 오는 99년까지 2년간 무교섭·무쟁의 선언을 이끌어 낸 것이다.
지난 24일 두산기계 병점공장. 정재식 사장을 비롯한 노동부 관계자, 지역기관장, 협력업체 대표, 6백여명의 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동체 한마음 결의 및 무교섭·무쟁의 선언」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김위원장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노조는 생산성 향상과 최고품질 확보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공동체 건설을 위해 조합원이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또 회사를 대표한 여사원 현장직 반조장 사무직 관리직 협력업체 임원대표 7명도 「두산기계 공동체 선언문」을 전사원과 함께 선언해 행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앞으로 전사원이 실천해야 할 행동강령으로 채택된 이 선언문은 사내에 영구 전시 보관하기로 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위원장은 『이번 무교섭·무쟁의 선언은 회사의 생존과 발전이 보장되어야만 사원 모두가 고용안정 및 노조의 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자신들의 소중한 권리를 접은 두산기계 조합원들이 앞으로 하나가 되어 회사발전의 중심에 설 것은 자명하다.<홍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