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일본은 뛰는데 낙하산으로 멍드는 인천공항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환승객 수가 7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환승객 수가 올해 1월만 빼면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7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해 8월 67만8,000여명에 달했던 국제선 환승객 수가 올 4월 52만5,900여명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0%에 육박하던 국제선 월간 환승률이 현재는 15%까지 떨어진 상태다. 환승률은 '허브 공항'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42%), 네덜란드 스히폴공항(38%), 싱가포르 창이공항(31%) 등 세계적 허브 공항들은 대부분 30%를 넘는다. 인천공항의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 나리타공항조차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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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낙하산 폐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동북아 허브 공항 경쟁을 벌이는 일본 하네다공항은 국제선 노선을 신설하고 비행기 처리능력도 연간 6만대에서 9만대로 50%나 늘렸다. 중국 항공사들도 미주 직항노선을 증편하는 등 날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전문성 논란과 낙하산 시비에도 불구하고 정창수 전 국토부 차관을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취임 초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고 더 큰 성공의 기회를 위한 투자와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던 정 전 사장이 6·4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며 2월에 사표를 내고 말았다. 취임한 지 불과 9개월 만이다. 이후 석 달이 흘렀음에도 사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정작 중차대한 시기에 공항 경영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 공항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판이다. 공기업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봉사하지 못한 채 한낱 개인의 입신양명 수단으로 이용되는 데 따른 업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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