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이영구, 또 이기다

제12보(166~215)



강한 1급이면서도 여간해서는 바둑돌을 만지는 일이 없이 매일 남의 바둑을 구경하기만 했던 그 사람. '관철동의 디오게네스'로 불린 민병산을 추모하는 서예전이 인사동 경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9월 30일까지 열리는데 필자도 액자 두 개를 내걸었다. 서예전의 개막식에는 지난 날의 관철동 멤버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설가 김성동(아마6단)은 바랑을 메고 양평에서 하산했고 시인 황명걸(아마초단)은 피노키오의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북한강의 북카페로부터 올라왔다. 김인9단이 추모의 글을 읽었다. 민병산이 저승기원으로 옮긴 것이 1988년. 올해가 20주년이다. 말년의 그는 오전내내 붓글씨를 썼고 오후면 그것을 들고나와 아무에게나 선물했다. 그것이 요즈음은 백만원대의 귀중품이 되었다. 좌상귀의 패는 싱겁게 끝났다. 팻감이 바닥난 이세돌이 슬그머니 실전보 104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영구가 105로 패를 이어서는 반면 10집 이상 흑이 이기는 것이 확실하게 되었다. 중간에 딱 한번 고비가 있었다. 흑97로 좀더 개운하게 둔답시고 참고도의 흑1에 따내면 백2로 끊는 수가 선수이므로 바둑은 순식간에 역전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읽기에 몰려 있었지만 프로인 이영구가 이런 착각을 할 사람은 아니다. "상대전적이란 게 무시할 수 없는 거네요. 이영구가 이세돌에 그 동안 2승1패를 기록한 것이 다 이유가 있었군요."(김성룡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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