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실종금사를 정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증권회사가 종금사를 인수·합병할 경우 업무영역을 대폭 확대해 예금과 직접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종금사의 추가퇴출에 따른 신용경색 현상을 예방하면서 종금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당국자는 31일 『종금사의 구조조정과 관련, 부실종금사를 증권회사에 통합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위의 다른 당국자는 『기아·한보그룹에 대한 종금사의 부실여신을 현실화할 경우 일부 종금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위는 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기아 등과 관련된 종금사 부실여신을 여러해에 걸쳐 분산, 손비처리토록 허용하거나 오는 6월로 예정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 달성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IMF측이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한보의 부실여신과 관련, 종금사들이 추가로 손실처리할 금액은 4,500억원이며 이 과정에서 3~4개 종금사가 2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청산 등을 통해 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신용경색 현상으로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기존 종금사가 영업을 지속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영업권 프리미엄을 높여 구조조정 비용을 줄이도록 증권사에 통합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증권회사에 부실종금사를 인수케 하려면 자본잠식액을 메워주기 위해 업무영역을 대폭 확대하거나 자본잠식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청산을 통해 정리할 경우 어차피 예금보호 대상인 종금사 발행 자발어음 등을 정부가 지급할 수밖에 없으므로 차라리 정부가 뒷돈을 대주더라도 인수합병을 통해 정리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금사의 부실채권이 막대하고 증권회사도 자회사를 통해 리스·카드 등 어지간한 2금융권 업무는 수행할 수 있어 종금사를 합병할 유인이 많지 않다』면서 『정부가 종금사에서 취급하는 여·수신 등 사실상의 은행업무를 어느 정도 허용할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벌그룹의 은행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은행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핵심적인 여·수신업무는 부여하기 어렵고 그 대신 리스·신탁·자산관리서비스·신용카드·부동산 관련 업무 등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취급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