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ㆍ청상어ㆍ홍상어ㆍ흑상어…. 국산 어뢰의 명칭들이다. 백상어는 중어뢰, 청상어는 경어뢰, 흑상어는 차기 중어뢰다. 셋은 실제로도 바닷속에서 존재한다. 빨간색 상어는 없기 때문일까. 홍상어 대잠로켓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최종 시험에서 4발 중 1발이 빗나갔다. 당국은 고민이다. 2차 양산 재개와 포기의 기로에 섰다. 방산업체가 국산 무기를 개발하고 납품만 하면 돈을 받아내던 풍토에도 경종이 울렸다.
△경어뢰와 로켓을 결합한 홍상어는 고도의 무기 체제다. 우선 어뢰 개발과 제작이 어렵다. 복잡한 유무선 탐색ㆍ추적 장치를 갖춘 현대식 어뢰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열 손가락에 꼽는다. 로켓에 연결한 어뢰를 보관하고 발사하는 수직발사대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더욱 적다. 홍상어의 낮은 명중률과 신뢰성 부족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한국이 비록 외국 기술을 빌려서라도 이만한 무기 체계를 개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허장성세와 조급함에 있다. 정부는 홍상어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명품이라고 떠벌렸으나 사실과 다르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ㆍ러시아(구소련)ㆍ프랑스ㆍ이탈리아가 1960년대부터 구식이지만 유사 무기를 개발ㆍ배치했다. 어떤 위치의 적 잠수함에도 360도 전방위 대응이 가능한 최신형 수직발사기를 기준으로 삼아도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이 이미 독자 기술로 개발과 실전 배치를 마쳤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과대 선전은 국민을 일시적으로 우쭐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자기 기만과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뿐이다.
△조급함은 더 문제다. 선진국들은 미사일의 경우 수백발을 시험발사해 성능을 검증하고 신뢰성을 확보한 후에야 양산에 들어간다. 홍상어는 단 4발의 시험발사 뒤 생산이 결정됐다. 실전배치 뒤에 유실 등의 문제가 폭로되고 '10발을 더 쏴서 미달하면 계약을 파기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홍상어의 결함을 쉬쉬한 채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군이 요구한 명중률에서 단 1%만 모자라도 계약을 취소한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무기는 없느니 못하다. 일부 업체와 브로커의 장삿속에 안보가 멍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