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의 중국 때리기 속셈

얼마 전까지 뉴욕 금융가의 경제 전문가들이 주장한 공식은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이고, 미국이 회복되어야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30%, 군사비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경제가 파이를 키워야 다른 나라에 고물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 하반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제 회복의 원동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지난 10월에 무려 17.2% 증가했다. 중국엔 전세계 공장의 40%가 집중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따라서 중국의 경기 과열이 세계적인 파장을 주고 있다. 성급하게 진단하자면 중국의 초호황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산업 기초 소재인 철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전세계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고, 한국의 포스코는 물론 브라질의 철광산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으로 가는 물동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전세계 해운 운임이 최근 두달 사이에 수직상승했다. 미국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비해 원자재와 해운 수입 비중이 큰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은 중국 경기 호황에 따른 여파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금리를 올렸다. 한국도 지난 3ㆍ4분기에 대미 수출이 감소했지만, 중국 수출이 급증하는 바람에 무역 흑자폭이 늘어나고, 성장률이 개선됐다. 중국인들이 식량 수입이 늘어 미국산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쯤하면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유일한 원동력이라는 가설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중국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부상하자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만연한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위앤화를 절상하라고 압력을 넣더니만, 얼마전에는 브래지어를 비롯, 중국산 3개 의류제품에 대해 쿼터제 실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물론 미국의 보수 여론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지마저도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만이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부시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성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압력은 시장 경제를 앞세우고 있지만,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깔려 있지 않을까.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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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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