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이버 도박 방치돼서는 안된다

경찰이 이번에 적발, 구속영장을 신청한 김(金)모씨 등 4명은 인터넷상에 14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 운영해 온 혐의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미국의 사이버 카지노업체인 G사와 계약을 맺고 도박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14개의 한글 카지노 사이트를 개설했다.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에 접속, 신용카드 계좌번호를 제시하고 한글 설명이 첨부된 카지노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미국업체가 운영하는 해외 인터넷 카지노에 들어가 도박을 한 것이다.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못한 것은 네티즌들이 국내사이트에서 카지노 프로그램을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 도박을 벌인 곳은 해외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도박 혐의로 입건하려면 돈이 오고 간 증거가 있어야 하는 데, 돈거래가 외국의 인터넷 카지노 업체와 신용카드로 이루어진 탓이다. 외국의 카지노 업체가 대부분 차명계좌라는 점도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이 가능했던 것은 도박 사이트가 중개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의 인터넷 카지노에 직접 접속할 경우 단속이 불가능하다. 경찰의 애로가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해외 카지노 사이트는 200~300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글 안내문까지 갖춰 놓고 있는 곳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을 무차별적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부작용이다. 사이버 도박은 실제 도박보다 그 폐해가 심각하다. 중독성이 강하며,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적발된 도박 사이트를 통해 20여만명이 도박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공무원·회사원·은행원·교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反證)한다. 사이버 도박은 귀중한 외화가 불법 유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책이 시급하다. 경찰수사 결과 14개의 도박 사이트를 통해서만도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 이상이 흘러 나갔다. 해외 카지노 사이트에 바로 접속해서 유출된 달러는 이보다 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대책도 필요하지만 인터넷의 생활화 시대를 맞아 건전활용 캠페인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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