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업체 '이삭줍기' 쳐다보기만… "규제 족쇄 풀어라"

■ 국내 사모펀드 제기능 못하고 속앓이<br>지분인수 부담·투자제한 등 PEF시장 활성화 발목 잡아<br>글로벌 PEF와 경쟁하게 제도적 뒷받침 서둘러야



전세계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가 차지하는 비중이 23%를 넘어설 정도로 PEF는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변죽만 울릴 뿐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PEF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PEF 활성화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만 남발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국내 PEF산업에 대한 과다한 정책규제는 관련 업계의 발을 꽁꽁 묶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PEF들이 국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진출해 ‘이삭줍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데 있다. ◇규제 족쇄를 풀어라=국내 PEF가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10% 이상’을 인수해야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지분 10% 이상을 매각하게 될 경우 경영권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해 PEF의 지분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는 국내 PEF시장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또 10% 지분투자를 충족하기 위해 PEF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굳이 지분 10%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가능한데 10% 룰에 집착할 경우 필요 없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대상이 ‘주식’으로 제한한 것도 PEF시장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다. 해외 PEF의 경우 구조조정 기업의 주식은 물론 부동산, 부실자산, 대출금,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 PEF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PEF가 국내 구조조정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내 PEF업계가 글로벌 PEF와 경쟁할 수 있도록 최소한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25%에 달하는 양도차익 과세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PEF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는 PEF 양도차익 중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조정조합(CRC)을 통한 구조조정이 큰 성과를 거뒀는데 CRC에는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줬다. ◇거세지는 글로벌 PEF의 진출=국내 PEF가 규제 그물에 묶여 우왕좌왕하는 동안 막대한 자금력과 기업분석능력을 겸비한 글로벌 PEF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블랙스톤ㆍKKR 등 해외 PEF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기 위해 문의해오고 있다”며 “국내 PEF가 과도한 규제 및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저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동의 대표적 PEF인 아부다비투자청은 최근 산업은행을 방문해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 및 부실자산 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2004년 PEF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후 2009년 5월 말 기준 국내 PEF는 15조7,800억원가량 조성됐다. 올 들어 ▦교보증권ㆍ미래에쿼티파트너스(360억원) ▦산업은행(946억원) ▦마이어자산운용(1조원) ▦KTB투자증권(2,700만달러) ▦코아에프지(121억원) 등이 PEF에 출자했을 정도로 국내 PEF의 시장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PEF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스톤ㆍKKRㆍ골드만삭스 등은 개별적으로 3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해외 구조조정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며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PEF산업을 육성시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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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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