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나중에 사겠다" VS"안팔려도 그만…" 중개업소 개점휴업

경제적 여유있는 2주택자 많아 매도호가 안낮춰<br>"급매물이 급매물 아니다" 매수자들 거들떠도 안봐<br>집값 하향세 전망 힘얻어 매도시기 문의는 늘어

분양가상한제 전면시행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매매시장에서는 거래가 뚝 끊겨 일선 중개업소를 찾는 매수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천 송도와 용인 흥덕지구 등 유망 택지지구 모델하우스에도 ‘묻지마’식의 청약광풍이 불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급매물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집주인이 다급해져서는 ‘좀더 싸게 내놓으면 팔리겠냐’고 물어봐요. 그래도 안 팔릴 것 같다고 할 수도 없고 대답하기가 참 난감하죠.” (용인 상현동 G공인 정모 실장) 3월의 첫번째 주말을 맞은 지난 3일 경기 용인시 일대. 예년 같으면 본격 이사철을 앞두고 손님들로 북적였을 부동산 중개업소들에는 약속이나 한 듯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단순히 집을 사고 팔려는 사람만 없는 것이 아니었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당분간은 집을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무관심’이 개점휴업 상태의 중개업자들을 더욱 체념하게 만들었다. 간혹 시세보다 다소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매수자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힘쓸 도리가 없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사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지금 수준의 급매물을 덥석 물려는 사람은 없다. 이달부터 6억원 이하 아파트에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대출 규제는 가뜩이나 잠잠하던 매수세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었다. “매도-매수호가의 격차가 너무 커요. 30평형대가 4억~5억원대인데 거기서 4,000만~5,000만원은 떨어져야 사겠다니 거래가 안되죠. 집주인들도 반등을 기대하고 있어서 가격을 더 내릴 생각들이 없어요.” (죽전동 K공인 박모 사장) 요즘 이 지역에 나오는 이른바 급매물의 상당수는 지난해 미처 처분하지 못한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물건이다. 세금 부담에 대한 만회 심리 탓인지, 이미 매도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인지 급매물이라곤 해도 별로 급해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다. 매수자가 없는데도 시세 곡선이 꺾이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는 이유다. “요즘 분양가상한제니 주택법이니 해도 매도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이 지역은 백화점 개장이나 전철 개통 같은 호재가 있으니까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느긋할 수도 있고….” (죽전동 S공인 관계자) “여기 집주인 중에는 미분양됐을 때 대거 사들였던 강남 분들이 많아요. 경제적으로 급할 게 없으니까 안 팔려도 매도호가를 낮추지 않아요. 그래서 세입자가 없는 빈집도 꽤 많죠.” (성복동 L공인 관계자) 입주 1년여를 맞는 용인 동백지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집값의 상승 추세가 확연히 꺾이고 급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사이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간혹 매수 문의가 들어오면 ‘뭐 하러 지금 집을 사냐, 집값 떨어질 테니 기다려보라’고 말해요. 앞으로 집값에 거품이 걷히고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동백동 N공인 정모 사장) 이 지역 S아파트 33평형은 지난해 말 5억원 이상을 부르기도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매물이 4억5,000만~5억원선에 나와 있고 일부 급매물은 4억2,000만~4억3,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는 점점 커지는 하락 기대감에 DTI 대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한동안 하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었다. 동백동 M공인 관계자는 “그 동안은 집값이 오를 땐 가파르게 올라도 쉽게 떨어지진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집값이 언제 내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도시기를 문의해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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