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경매토크] 직장인 이모씨, 5,000만원 싸게 내집 마련한 사연
선순위 세입자라도 무상거주땐 대항력 없어임차인-집주인 관계 사전에 확인을
전재호 기자 jeon@sed.co.kr
『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자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의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요즘 이보다 더 싼 물건을 경매로 잡을 경우 시세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심은 실제 법원 방문으로도 이어져 올 들어 경매시장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본지는 경매참여시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를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
직장생활 8년차인 이모(35)씨는 서울의 다세대 주택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직장생활로 모은 종잣돈으로는 번듯한 아파트를 사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씨의 눈에 띈 것은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60㎡형의 다세대주택. 감정가는 1억3,000만원이었지만 두차례나 유찰돼 8,320만원에 경매 진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 일대 비슷한 면적의 다세대주택 시세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선.
이 일대는 전세 수요가 많아 보통 한차례 유찰되는 물건은 금방 동이 나지만 두차례나 유찰된 사연이 궁금했던 이씨는 대항력을 갖춘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임차인의 전입 시기는 지난 2000년 8월9일인 반면 S은행에 설정된 근저당은 2000년 9월10일이었다. 이 상태라면 낙찰을 받더라도 임차인의 전세금은 이씨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경매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통 선순위 임차인이 있다면 대출 금액이 적어야 하는데 대출금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 당시 세입자 전세금은 6,200만원이었지만 근저당은 8,600만원이나 걸려 있었다. 이씨는 금융권에 확인한 결과 이 세입자는 소유주의 부모님으로 무상거주 확인서를 제출한 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무상으로 거주하는 세입자의 경우 대항력이 없기 때문에 이씨는 경매에 참여했고 8,700만원에 낙찰을 받아 시세보다 5,000만원 이상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도배와 장판을 말끔히 하고 7,000만원에 세를 놓아 3개월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씨는 현재 이 전세보증금으로 제2의 경매 물건을 모색하는 중이다.
▦Tip
금융권에서 대출해주고 설정한 저당금액이 선순위 임차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세나 감정가에 비해 과도하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을 때 경매에 넘어갈 경우 금융사보다 전세보증금이 먼저 배당을 받으므로 대출액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유자와 임차인의 관계는 경매참여 여부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들의 관계는 임차인을 만나 확인하거나 금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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