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싸, 가자! 에너지 다이어트] <4> 정유사의 이유있는 변신

"더 줄이고 더 깨끗해야 산다" 에너지 절감·친환경 전도사로<br>대기전력 감축·마감재 보완 등 전국 사업장서 대대적 캠페인<br>폐열 재활용·배출권 거래제로 굴뚝산업 대명사 오명도 벗어

S-OIL 온산공장 직원들이 공장 입구에서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S-OIL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직원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범국가적인 에너지 다이어트 시대를 맞아 국내 정유업계가 '에너지 절약의 전도사'로 변신하고 있다. 오늘날 정유사들에 있어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정유공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의 70% 이상을 연료나 전기와 같은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데다 최근 고유가로 에너지 소요비용이 급증했으니 정유업계에 에너지 절약 이외에 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

◇기름 한 방울도 쥐어짜고 또 짜고=결국 정유업계도 에너지 절감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앞다퉈 에너지 절감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S-OIL은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온산공장을 비롯한 전 사업장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한다. S-OIL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사적 캠페인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기간 S-OIL은 공장 전역에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는 현수막과 포스터를 내거는 것은 물론 대기전력 감축과 실내온도 상향 조정, 자연광 최대 활용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김형배 S-OIL 기술부문 상무는 "온산공장이 지난해 6~9월 납부한 월평균 전력요금만 무려 127억9,200만원에 달하는 만큼 조금씩만 절약해도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향후 5년간 연료ㆍ전기ㆍ수증기ㆍ물 등의 에너지 비용 1,000억원 절감을 목표로 한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도 지난 4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에너지 절감 운동의 날'로 정하고 전사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에 나서고 있다. 우선 각종 설비의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온 외피 연결 및 마감 부위에 틈새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감재를 새로 보완했다. 마감 부위에 틈새가 생길 경우 보온 효과가 떨어지고 냉각과 증발에 따라 에너지 소모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생산현장 직원들 모두가 한 푼의 에너지라도 새나가지 않는지 매일 설비를 돌며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장을 만들자"는 허동수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자체 에너지 진단을 통한 개선과제들을 도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열교환망 최적화, 감압증류시설의 냉동기 도입에 따른 스팀 사용량 감소 등을 통해 절감한 에너지는 연간 231억원에 달한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11월 '제33회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에서 단체상 부문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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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유사들의 노력은 이웃 공장과의 담장도 허물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오일뱅크는 대산산업단지에서 담장을 맞대고 있는 삼성토탈과 220억원을 들여 길이 6.7㎞의 공동 배관망을 구축했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정제에 필수적인 고순도 수소원료를 값싼 비용에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이를 통해 연간 180억원에 달하는 생산원가 및 물류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연간 8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여나가고 있다. 내년이면 절감비용이 무려 1,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도 울산석유화학단지 인근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폐열 스팀을 재활용하며 연간 7,500만리터의 벙커C유 사용과 11만2,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가고 있다. 이를 통한 원가절감 효과는 연간 140억원 수준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ㆍSK케미칼과 손잡고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스팀을 활용한 스팀하이웨이를 구축하기로 했다. S-OIL 역시 온산공장 인근의 LS니꼬동제련과 협력계약을 맺고 기존 스팀 생산비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스팀을 공급 받고 있다.

◇정유공장에 부는 '친환경' 바람=사실 그동안 정유사들은 에너지 과소비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하얀 수증기는 이런 비난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정유사들은 달라졌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녹색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굴뚝산업의 대명사'로 통하던 정유사들도 '친환경 경영 모드'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한 SK이노베이션은 울산과 인천공장으로 확대 시행한 데 이어 2010년부터는 SK그룹의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주도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황 함량을 국제 최고 수준(휘발유 6ppmㆍ경유 5ppm)으로 향상시켜 품질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또 주유 배출시설에는 24시간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 대기오염물질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1996년 환경적 요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환경경영 방침'을 선언한 이래 친환경 경영 시스템을 실천해가고 있다. 여수공장 및 저유소 등 각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경영 시스템을 인증하는 ISO 14001을 획득한 데 이어 생산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ISO 국제품질인증 시스템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친환경 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로 꼬박 10년째 대산공장 인근의 삼길포 해역에서 20만마리의 우럭 방류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황폐해져가는 해양 생태계 복원과 더불어 고갈돼가는 연안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제2고도화설비 공사와 함께 만들어진 대산공장 내 대형 배수로에 오리 200마리와 잉어 50여마리를 키우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깨끗이 씻어주고 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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