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사태 안갯속…'실질적 디폴트' 우려도

7일 유로존 정상회의서 사태 해법 판가름 날 듯

사진=연합뉴스

그리스 국민이 5일(현지시간)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 결정을 내려 그리스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반대 결정에 따라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고 단계마다 변수들이 많아 예측 불가의 나날이 올 것이란 전망만 확실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반대는 더 좋은 합의’라며 48시간 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과 채권단 등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그렉시트’(Grexit)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하게 나온 직후 TV에 출연해 채권단에 즉각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자고 촉구했으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채권단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협상 타결과 그렉시트의 갈림길에 선 그리스는 우선 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할지 논의하는 회의 등에 따라 갈 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무 탕감 합의” vs “그렉시트” 전망 ‘정반대’=치프라스 총리는 국민이 반대를 선택해준다면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에 48시간 안에 더 좋은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IMF가 부채 30%를 탕감하고 만기를 20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반대 결과는 채권단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로 결정되자 TV 연설을 통해 채권단에 즉시 협상을 재개하자며 IMF 보고서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는 부채를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쉬운 합의는 없지만 정당한 합의는 있다”며 채권단에 참여한 IMF도 인정한 채무 재조정을 거듭 요구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있음을 ‘24시’에 비유해 “24시에는 우리가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낙관적 전망은 그리스 정부만 내놓고 있으며 야당과 채권단은 반대 결정으로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채권단 가운데 그리스의 ‘우군’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도 반대 결정은 유럽에서 떠나는 결정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투표에서 찬성표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어 협상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ㄷㅎ 있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그리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요청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요청을 받아 7일 저녁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를 논의할 유로존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해 다른 18개 회원국 정상들과 협상 재개 또는 합의를 이뤄낼지 아니면 협상 파트너로서 자격을 잃을지 등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이 회의에서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것에 이어 오는 20일 ECB 부채도 갚지 못하는 실질적 디폴트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CB, 긴급유동성지원 계속 해줄까=채권단이 투표 전 강경했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선 6일로 예정된 ECB 회의에서 그리스의 유일한 지원책인 ‘긴급유동성지원’(ELA)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투표가 끝나고 반대로 확정되자 ECB에 ELA 증액을 요청했다.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유동성은 10억 유로 수준으로 예정대로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하려면 ELA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CB의 자금줄이 끊기면 20일 ECB 채무불이행으로 실질적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다만 ECB는 정치적 결정을 하기보다 6일 양대 채권국의 정상 회동 등의 결과에 따라 그리스에 자금을 긴급 수혈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가 6일 회의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않고 7일 유로존 정상회의 등을 지켜본 이후에 다시 ELA를 논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CB가 ELA를 증액한다면 그리스는 현 시리자 정부 또는 새로 구성된 거국 내각 등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체결해 유로존에 남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반면 ECB가 자금줄을 끊는다면 그리스 중앙은행은 차용증인 ‘IOU’를 발행하고 그렉시트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다만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당분간 유로화를 갖지 않아도 유로존 회원국으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차용증서인 ‘IOU’를 발행하고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IOU 발행을 통한 국내 결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지급결제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IOU 가치하락 등이 예상됨에 따라 자국통화 도입 이외의 수단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그렉시트는 유로존의 신뢰도 깨뜨리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기 때문에 반대 결정에 따른 3차 구제금융 타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붕괴됐을 때 1조 유로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그렇게 되기까지 내버려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