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차명계좌 주요 사건은…

'박연차게이트' 수사때 최대 화두로 등장<br>'루보사건'땐 720여개 계좌 동원 되기도

1993년 금융실명법 도입 이후 차명 거래의 절대적인 건수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문제가 터지면 반드시 차명 계좌가 등장한다. 실제로 금융실명법이 도입된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실명으로 전환을 하는 차명계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실명으로 전환된 금융자산만 288억6,400만원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된 대형 횡령·배임 사건과 정치권 로비 및 탈세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차명계좌가 등장한다. 불법 차금을 은닉하는데 차명계좌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는 인식이 지도층과 기업 오너들에게 여전히 뿌리 박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중인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과 태광그룹 편법 상속 사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도 차명계좌다. 지난 200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A그룹 비자금 사건에서도 차명계좌는 사건 해결의 열쇠였다. 당시 이 기업의 수사를 받았던 검사에 따르면, 사건이 터진 이후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가장 먼저 들여다 본 것이 차명 계좌 문제였고, 수사 기간의 대부분을 차명거래 추적에 할애했다. 특검은 이 기업이 임직원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가 회장의 지시로 조성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차명계좌에 담긴 계열사 주식에 대한 해석을 놓고는 기업측의 논리가 받아 들여졌다. 상속재산이라는 기업측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B그룹 회장은 빼돌린 회사 자금을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하면서 정치권 로비자금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기업 뿐만 아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여전히 미완의 문제로 남아 있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에서도 차명 계좌 문제가 최대 화두였다. 당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공금 등을 횡령해 조성한 13억원의 비자금을 차명계좌에 넣어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것이다. 주자조작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건은 이른바 '루보 사건'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루보의 주가를 40배나 끌어올려 119억여원에 부당이득을 챙긴 김모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720여개의 차명계좌를 동원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자금을 은닉하는데 차명계좌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며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계좌의 절대적인 수는 크게 줄었겠지만,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세금을 탈루하려는 경영자 또는 부유층들에게 차명계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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