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모호한 중국

지난 2월에 있었던 일이다. 베이징시가 ‘외국기관 및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면서 베이징에 근무하는 특파원들이 매우 바빠졌다. 이 통지는 외국기관과 외국인이 비주거용 주택을 임대하거나 매매할 경우, 또는 ‘원래’의 주거용 주택으로 경영활동을 할 경우 반드시 외국투자기업 설립을 신청해 비준 증서와 영업허가서를 취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자는 외국인이 보유한 기존, 즉 ‘원래’ 주택에 대해 이렇게 충격적인 재산권 제한을 갑자기 단행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조치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하지만 베이징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저마다 ‘원래’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공무원은 “‘원래’라는 말 그대로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이라면 구입 시점에 관계없이 이 같은 제한이 적용된다”고 확인해줬지만 어떤 공무원은 “‘원래’라는 말은 신경 쓸 필요 없고 이번 조치의 시행 시점인 2006년 7월11일 이후 구입한 주택만 임대 제한을 받게 된다”고 설명해 혼란만 가중됐다. 결국 기자는 송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된 얘기를 새삼스럽게 떠올린 것은 최근 중국 정부가 내린 일련의 금융ㆍ세제 관련 조치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호성 때문이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은감회) 사무처의 라이샤오민(賴小民) 주임은 최근 외신에 보도된 ‘중국 은행들의 대출 동결’ 기사와 관련, “그런 일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많은 기업들이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또 한 가지 사례는 중국 세무총국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주식거래 차익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자본이득세의 부활’로 해석되자 즉각 익명의 세무총국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세제 존폐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재정부에서도 잠정중단하고 있는 자본이득세의 부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2월의 ‘외국인 주택 임대 제한’조치를 돌아보면 기자는 당시 베이징시가 ‘원래’라는 모호한 용어대신 적용 시점을 명확히 했다면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러 ‘원래’라는 표현을 써 법 적용의 범위를 임의로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에는 지킬 수 없는 많은 법규들이 존재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니 그저 조심하는 게 상책이지요.” 한 기업인이 오랜 중국생활의 경험이라며 들려준 말이 점점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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