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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한국서 콧대높던 핸드백 대굴욕
'로고 백' 이유있는 추락MCM, 유명 백화점서 첫 마이너스 성장과시욕 보단 품질·디자인 중시소비자 감성변화 못읽어 고전… 닥스 등 5위권 제품 매출 부진차별화된 소재·실용성 앞세운 쿠론·브루노말리는 승승장구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서울경제 DB
'로고 백' 시대가 저물고 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시그니처 로고가 강조된 핸드백들에 식상해지자 차츰 등을 돌리면서 로고로 재미를 본 전통 강호 브랜드는 지는 대신 신흥 강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 소비의 확산으로 핸드백의 선택 기준이 브랜드 로고를 통한 과시욕이 아니라 신선한 디자인과 소재, 컬러, 실용성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일 한 주요 백화점 전점의 올 상반기 핸드백 순위 5위권 브랜드의 매출을 살펴보면 전년동기보다 MCM은 4.5%, 닥스는 5.3% 매출이 줄어들었으며 메트로시티와 루이까또즈는 각각 1.5%, 5.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그니처 로고 백의 대표주자인 MCM은 2006년 성주인터내셔널이 독일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거듭하다 올해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 다. 이는 이 백화점의 핸드백 전체 매출 신장률(6% 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MCM은 매출이 잘 나온다는 핵심 매장에서의 매출 신장률도 전년 대비 40% 포인트 가량이나 빠진 8% 성장에 그쳤으며 브랜드 로고 무늬가 대부분인 메트로시티 역시 이 매장에서 매출 신장률 1%를 가까스로 넘겼다.
반면 2010년 코오롱이 전개하기 시작한 잡화 브랜드 쿠론과 금강제화의 브루노말리는 같은 기간 각각 170%, 30%나 급성장했다. 새로 입점된 점포의 경우 쿠론은 최대 600%까지 신장세를 과시했다.
이처럼 일명 '로고 백'들이 고전하고 이유는 전통 로고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 새 변화된 소비자들의 감성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백화점 핸드백 매장 영업직원은 "불황으로 핸드백 매출이 가뜩이나 부진한 마당에 1, 2위 브랜드들이 구태의연한 '로고 플레이'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보통 매 시즌 히트 상품이 탄생하는데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MCM 등이 한 물 간 로고 플레이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로고 제품의 경우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 로고를 노출하기 위해 소재 좋은 가죽보다 합성피혁을 사용하다 보니 최근 가격대비 품질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매출이 떨어지자 MCM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 세일 모드에 돌입, 브랜드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한 백화점 MD는 "MCM의 경우 예전에는 할인 행사에 불참하는 콧대 높은 브랜드였지만 올해는 재고가 많아 세일 참여 횟수가 늘었다"고 털어놨다.
전통 강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쿠론은 잡화 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브랜드는 '스테파니'를 필두로 잇따라 히트 상품인'잇 백'을 만들어내며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쿠론 브랜드를 총괄하는 석정혜 코오롱 마케팅 이사는 "기존 매스티지와 명품 일색에서 명확한 디자인 정체성이 반영된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했다"고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브루노말리 역시 차별화된 소재와 색감을 바탕으로 '쿠보백', '쿠보블럭', '러블리 B백'등 히트상품을 쏟아내며 승승 장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