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헌 논란으로 인한 국력낭비 없어야

정부가 8일 연임제 개헌시안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지난 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개헌 의사를 밝힌 만큼 개헌시안의 내용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차를 두고 실시되는 각종 선거로 고비용 정치구조가 불가피하므로 대선과 총선 주기를 일치시키고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통해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성 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민주화 열기로 87년 제9차 개헌을 통해 탄생한 현행 헌법의 특징이 장기독재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단임제였다면 20년이 지난 이제는 단임조항이 무의미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국민 여론은 개헌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상당수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음 정권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정치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올해는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핫이슈가 많아지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국민들은 여기에 개헌 찬반론까지 덧붙여지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생각만 조금 바꾸면 차기 정부가 얼마든지 손쉽게 개헌을 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담겨 있다.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 개헌에 쏟을 여력을 경제 회복에 집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발굴되지 않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국민들은 크게 걱정하고 잇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는 개헌을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대선 주자들이 개헌을 추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추진지원단이 이날 개헌시안을 발표하면서 개헌안 공고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이 개헌발의를 유보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아무리 좋은 정치적 단안도 국민이 원치 않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개헌 논란을 둘러싸고 지나치게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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