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극대화와 단기적 성과주의에 치우친 뉴욕 월가의 문화가 거대 투자은행(IB)들을 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월가 투자은행들이 1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으면서 메릴린치와 씨티그룹 등의 CEO들이 잇달아 퇴진한 배경에는 '성과냐, 죽음이냐(perform-or-die)'의 문화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 금융권이 단기실적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정작 CEO가 물러나면 적격한 후임자를 찾는 데 대한 사전준비가 전혀 없어 지금과 같이 임시 CEO들로 허둥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나아가 월가를 움직이는 CEO들의 인력 풀을 점점 좁히고 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미국 금융권은 또 2000년대 접어들어 금융기업간의 글로벌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CEO가 금융계를 꿰뚫고 있는 연륜 뿐 아니라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도 능숙한 사람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CEO가 누가 됐든 실적을 내는 데 실패하면 해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리더십의 부재를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번에 사임한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CEO와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CEO가 최고위치에 있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고위직 인사들을 대거 물리치는 길을 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뉴욕대학의 로이 스미스 교수는 "주가에 집착하는 월가 CEO들은 아랫사람 관리에 냉정하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능력있는 사람들을 문 밖으로 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조셉 그런페스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차기 CEO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성향이 늘어나면서 내부 후보들이 괄시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