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銀 7곳 영업정지] 당국 "철저 감독" 했다지만… "정밀조사 통해 상황 파악 필요"

■ 이번에도 사전 인출 권유

60대인 A씨는 지난 18일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한 저축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해당 저축은행에 적금을 붓고 있었다. "예금을 잘 관리하고 있다. 적금을 하나 들어달라"는 말을 들을 것으로 예상했던 A씨는 뜻밖의 말에 황망함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직원이 건넨 말은 뜻밖에도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적절히 판단하시라"는 것이었다. A씨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가라는 뜻으로 들려 이상했다"고 전했다. 사전인출로 문제가 됐던 부산저축은행의 사례가 이번에도 일부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특권층이나 해당 금융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만 미리 예금을 인출하도록 권유하는 행위는 금융회사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 때문에 부산 저축은행에서는 사전에 인출했던 예금자의 돈을 강제로 환수하는 방안까지 추진됐다. 그런데 이번에 영업정지된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예금인출을 도운 부산 때의 수준은 아니지만 특정 고객에만 이 같은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본인이 예금을 권유했는데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이 같은 일이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월 영업정지 직전 30여명의 VIP에게 영업정지 사실을 통보하고 예금인출을 도와줘 문제가 됐다. 임직원도 영업정지에 들어가기 이틀 전부터 집중적으로 자기 예금을 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경우는 이달 초 예금인출을 권유한 것으로 영업정지 직전 해당 정보를 활용해 예금을 빼낸 부산저축은행 사례와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금융사 근무 직원이 특정인에게 부실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달 말 적기시정조치 대상 업체를 해당 저축은행에 통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일부 직원이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의 기본 속성을 감안하면 특정인에게만 유리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와 관련해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시에는 과거 부산저축은행 때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 감독했다는 입장이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예금인출 금액을 계속 점검했고 그런 기미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부산저축은행에서 사전 예금인출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에 거액 예금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사전인출은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해 문제가 될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감독관이 버젓이 지키고 있는데 '간 큰' 저축은행 직원이 사전 예금인출 행위를 벌였든지, 감독관이 '눈 뜬 장님'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사전 인출 권유는 금융회사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행위"라며 "정밀 조사를 통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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