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양적완화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주식 대차잔액이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차잔액 규모가 크게 늘어난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대차잔액은 41조9,915억원에 달한다. 이 달 들어서만 4조9,932억원이 늘었다. 대차잔액은 지난 13일 올 들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선 후 24일에는 42조5,997억원까지 올라가면서 연중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해당 주식을 빌린 후 팔고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입이 없는 공매도(네이키드 숏세일)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위해서는 반드시 주식의 차입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차잔액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대차잔액 증가와 함께 공매도 거래도 늘어났다.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주 3% 안팎이었지만 25일에는 4.28%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종목별로는 20일 이후 25일까지 삼성전자의 대차잔액이 4,021억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뒤를 이어 현대차(2,433억원), LG화학(1,079억원), KT&G(1,029억원), 현대모비스(967억원), SK이노베이션(748억원) 등의 순이었다.
25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은 38.11%를 기록한 OCI였다. LG전자(25.62%)와 한진해운(24.63%), 두산인프라코어(19.77%), LG이노텍(15.52%) 등도 대차잔액 비중이 높았다.
김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단기급등 이후 조정양상을 보이면서 대차잔액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인투자가 가운데 일부가 증시 조정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차잔고가 단기간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 공매도 폭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차잔고와 공매도가 증가한 것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 발표 후 공매도가 급감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 성격으로 판단된다"며 "아직 공매도 증가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대차잔고 증가가 공매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공매도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근 대차잔고 증가는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조정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