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스쿠크법안' 좌절이 몰고오는 후폭풍

기독교계의 반대 등으로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 처리가 무산된 데 따른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산업은행이 빌리려던 35억링깃(11억5,000만달러) 중 20억링깃을 수쿠크 채권발행을 통해서만 빌릴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투자를 거절했다.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지 않는 '링깃본드'는 국내 금융회사가 지난 1990년부터 오일머니 유치창구로 활용해왔는데 이마저 막힘에 따라 오일머니 유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후유증은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수쿠크법 논란과 관련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더구나 말레이시아가 세계 최대의 이슬람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이슬람권으로 번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캐피탈 등 일부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말레이시아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포기하는 등 후폭풍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외자도입 창구를 다변화하고 국내 기업의 중동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수쿠크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자지급금지 율법 때문에 이슬람 자금이 받는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제공하는 면세조치가 특혜이고 테러자금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는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해왔다. 여기에 정치권이 모두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법안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법안처리는 물 건너갔지만 논의 자체는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과연 면세조치가 특혜고 순수입의 불과 2.5%를 내야 하는 구빈세인 '자카트'가 테러자금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지 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세계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 금융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 및 자본도입 등을 위해 채권발행 등과 관련한 제도를 맞춰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쿠크법 문제를 종교나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경제논리와 국익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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