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glass-ceiling)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8개국 중 28등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4위에 해당하나 여성 인재 등용만은 3년 연속 최하위 수준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 여성은 각종 고시와 대학 입시에서 수석을 휩쓴 지 오래됐으나 취업과 승진에서만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OECD 중 양성평등 꼴찌
이 같은 유리천장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고용차별금지 법령을 제정하고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경력단절 여성 지원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여성고용률은 현재 50%대에 머물러 있으며 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현재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 여성근로자 중심의 육아휴직제 사용을 남성,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 근로자 및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유연근무제 선택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확산시켜야 한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확산돼 여성의 경력단절이 예방되고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저출산 문제 해결뿐 아니라 현재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로드맵 또한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잘 시행되려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사회인식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내에서는 남성의 가사노동과 육아참여를 통해 가족시간을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남녀 공동의 문제로 이해하는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기업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일·가정 양립제도 시행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국민행복을 실현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유리천장 현상이 완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기업 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비례대표 여성 의원 할당제 등으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향상됐다. 하지만 기업 내 이사회 및 임원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르웨이·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여성임원목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8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임원할당제를 의무화한 노르웨이의 경우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성과가 없었으나 이를 의무화한 후 6년 만에 여성임원 비율이 4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점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정·사회·기업 변해야 성장 가능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될수록 사회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성이 평등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으며 여성 의원이 많은 국회일수록 건강·교육·차별금지·보육 관련 법제화가 활발해진다는 것이 여성정책 연구 결과다. 이런 점에서 '유리천장 깨뜨리기'는 여성복지 차원에서의 근로자 지원이라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근로자와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총괄적인 경제정책으로 발전돼 이를 통해 행복한 가족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영위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