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산신항도 부산항으로

우리는 동북아의 허브포트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항만별 경쟁이다. 동북아에서 중국 상하이는 이미 부산항의 경쟁권 밖이므로 상하이 이북의 항만들 중 부산 칭다오 텐진 간의 국제 차원의 경쟁이지 부산 광양 진해 등의 국내 차원의 경쟁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정책 목표인 동북아 물류중심국 구상이 실현되려면 우리나라 항구 중 하나는 반드시 동북아의 허브포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2002년까지 세계3위 였던 부산항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런데 부산항은 상하이항에 3위의 자리를 이미 내어줬고 기간별 취급량에서는 중국 센젠항에도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는 는 점이다. 부산항은 세계3위의 큰 물량을 취급한 항구이지만 오프도크(Off-dock) 체제의 고비용 구조의 항구이며, 시설능력의 160%를 처리하는 힘겨운 중노동을 하는 노쇠한 항구다. 국제적 허브포트경쟁에서 상대적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이 부산항을 살리는 길은 부산시 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의 당면과제 인데 새로운 온도크(On-dock) 체제, 저비용 고효율 환적체제의 터미널이 계속 보강되어 항만 전체의 효율성과 미래발전기대치를 높여주는 길 밖에 없다. 신항만의 명칭문제는 이 문제와 긴밀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런 점도 염두에 두고 항만의 이용자인 무역업계와 해운선사의 관점을 고려하여 국가적 이해관계를 검토해 보자. 정부는 가덕도에 총 30선석의 부산신항만을 건설할 계획아래, 2006년까지 3선석을 개장할 예정이다. 그런데 부산시와 진해시 모두 연고권을 주장하며 항만 명칭을 부산시는 부산신항만, 진해시는 부진항으로 하자고 해 분쟁이 일고 있다. 항만의 명칭은 이용자인 화주(무역업자) 와 해운선사에겐 매우 중요하다. 무역업자는 거래계약 체결 시에 배송(Delivery) 조건으로 선적(경유)하는 항구명을 결정하여 신용장에 명시하므로 모든 화물은 원칙적으로 항적(港籍)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운선사는 항적화물이 많은 항구를 기항지로 정하므로 화주와 선사가 어떤 항만명으로 해야 그 항만이 많이 이용될까를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이 점에서 볼 때 부산신항만이란 명칭은 신용장통일규칙(Uniform Code of Documentary Letter of Credit) 상으로는 부산항과 별개의 항구로 취급될 우려가 크고 부진항은 완전 별개의 항구로 취급될 것이다. 부진항으로 할 경우 화주로선 같은 지역에 있는 잘 알려진 부산항을 놔두고 일부러 선박운항빈도가 낮고 운임이 상대적 고율일 가능성이 높은 부진항을 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전세계의 화주들에게 부진항을 단시일 내에 인식시킬 것이며, 그리고 그 비용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선사의 입장에서도 On-Dock 체제인 신항이 매력 이겠으나 부산항을 버리고 같은 지역 내에 있는 항적화물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진항을 이용할 유인이 적을 것이다. 부산신항만으로 할 경우도 부산항과는 별개의 항만으로 간주되면 부진항으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불리한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산항 00부두`라는 명칭을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화주의 입장에선 전세계에서 지명도가 높고 선박빈도와 운임조건이 좋은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과 동일조건 이므로 부산항적 화물을 신항만에서 선적하는 데에 아무 장애가 없고 새삼스레 신항만을 선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선사의 입장에서도 부산항적 화물을 신항만에서 선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새로운 시설을 선호하는 선사는 비좁은 부산항에서 옮겨올 가능성이 높아 부산항 전체의 항만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피해야 할 명칭은 진해항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부산항 진해부두 같은 이름이다. 결론적으로 부산 신항만의 명칭이 부산항 OO터미널(OO부두) 로 된다면 앞서 언급한 부산항의 결점을 보완해 주는 정책목표에 부응하여 개장 즉시 부산항과 같은 높은 이용도를 실현할 수 있지만, 만일 다른 이름으로 정해진다면 적어도 수년간은 이용도가 극히 낮아 투자효율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나아가 대외적으로 외국항만과 허브포트경쟁을 해야 할 부산항 반경 180km 이내의 좁은 지역 안에서 부산ㆍ광양ㆍ부산신항만 등 세 개의 국내 항만이 서로 각축을 벌이면 외국의 경쟁항만만 유리하게 만들고 우리항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졸렬한 항만정책은 결국 동북아물류중심지정책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호영(베네모어 통상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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